결론부터 말하자면 뻔한 내용을 잘 꾸며낸 표현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구두닦이 청년이 우연한 계기로 대기업에 입사하고 총수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는 줄거리. 설정만 바뀔 뿐 끊임없이 재활용돼 온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악역으로 인해 청년의 정체는 들통나지만 결국 그가 총수의 딸과 사랑을 확인하면 끝을 맺는다는 해피엔딩도 늘 보고 듣던 내용이다. 진부한 스토리지만 뮤지컬에서는 어떻게 엮느냐에 따라 대박이 될 수도 있고 쪽박을 찰 수도 있다. 소극장 뮤지컬의 성공 모델인 ‘오 당신이 잠든 사이’나 ‘김종욱 찾기’ 역시 내용면에서 그리 참신하지는 않았다. 이들 공연의 강점은 평면적이지 않은 극중 캐릭터, 관객과 호흡하며 몰입도를 높이는 구성, 단순하고 신나는 리듬을 가진 음악 등 스토리 외적인 요소였다. 뮤지컬 ‘슈샤인보이’도 음악과 구성의 미덕은 눈에 띈다. 공연의 시작은 사회자의 등장인물 소개와 함께 시작된다. 불과 3분 남짓한 ?은 소개지만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 지가 그림처럼 그려진다. 음악은 작품의 최대 강점이다. 노래만으로 극 전개가 무리가 없을 정도다. 신입사원의 입사 면접 장면을 익살스럽게 꾸민 ‘덜덜덜’, 줄타기와 아부로 점철된 이부장의 비굴한 인생철학을 다룬 ‘아부’ 등 다양한 뮤지컬 넘버에서 보는 재미와 듣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시종일관 평면적인 캐릭터는 진부할 수 있는 공연을 더욱 예측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아쉬움이 못내 남는다. 공학도 출신인 연출은 이번 작품으로 공연 무대에 데뷔했다. ‘신인에게는 관대하게, 스타에게는 냉정하게’라는 비평의 잣대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연출에게 무난한 점수를 줄 수 있을 듯하다. 고니야, 김문성, 정인애, 김영완 등 4명의 배우들의 노래와 연기도 나무랄 데 없었다. 10월 18일까지 예술극장 나무와 물에서. (02)745-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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