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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지체없이 끊어 버렸다

제5보 (70~85)<br>○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3회 비씨카드배 결승5번기 제3국>



백70부터 다시 본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수로는 반대쪽인 A에서 몰아버렸어야 했다. 구리는 백70으로 몰고 백72로 모양을 갖추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보았던 모양이지만 이곳에 약간의 뒷맛이 남았고 그것이 나중에 말썽의 씨앗이 된다. "할 수만 있으면 숨통을 확실히 끊어버리는 것이 전투의 철칙입니다. 어설프게 제압해 놓으면 반드시 동티가 나게 마련이지요."(김만수) 물론 실전보의 백72로 된 상태에서도 백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좀더 사정없이 확실하게 야멸차게 마무리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세돌의 흑73은 공격의 맥점이다. 이 수로 참고도1의 흑1에 씌우는 것은 백2 이하 6으로 수습하여 백의 필승지세가 된다. 흑73을 얻어맞은 상태에서는 백이 우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도2의 백1로 버티는 것은 무리. 백3까지는 선수활용이 가능하지만 그 다음의 해법이 없다. 구리는 백74로 어깨를 짚어 흑진 삭감을 서둘렀다. "적절한 작전입니다. 너무 넓어서 흑이 백을 다 잡을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김만수) 흑75 이하 81은 외길수순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백이 작전의 기로에 섰다. 상변을 벌려야 하는데 두 칸을 벌리자니 너무 좁아서 내키지 않고 세 칸을 벌리자니 너무 허술하여 겁이 난다. 고심하던 구리는 백82로 젖혀 흑의 응수를 물었다. 흑이 83에 끊는지 안 끊는지를 물어본 것. 이세돌은 지체없이 73으로 끊어버렸다. "백이 무리를 한 것 같지요?"(김지석) "그렇지도 않아. 이런 부분이 바로 구리의 스타일이지. 어설프게 벌리는 것보다 이 길이 고수답잖아."(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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