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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커야 나라가 큰다] <1> 사라진 '기업 프렌들리'

규제 전봇대 '뽑아준다던 정부, 시장원리 무시 상생만 강요<br>친서민 선언이후 '고무신 거꾸로'… "일자리·中企책임져라" 압박나서<br>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 추진도… "잘 나가는 기업을 주저앉히는 격"



'747'과 '비즈니스프렌들리'를 내걸고 출범한 현 정부가 포퓰리즘의 늪에 빠졌다. 경제성장을 앞세워 일자리를 창출하고 서민들의 복지를 실현하겠다던 초심은 간 데 없다. 정부가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대원칙을 저버린 지금 한국의 대기업에는 이익을 많이 낸 것이 죄가 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아주겠다던 정부는 규제개혁은 뒤로 미룬 채 '돈 많이 벌었으니 일자리와 중소기업을 책임지라'고 대기업에 눈을 부라린다. 기업가 출신 대통령을 환영했던 기업들은 2010년 가을 ▦포퓰리즘 ▦규제 ▦반기업 정서(대기업 때리기)의 삼중 족쇄에 허덕이고 있다. 녹록지 않을 오는 2011년 경제 상황을 걱정하다 내년에도 상생협력과 고용확대 압박이 여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턱턱 막힐 지경이라고 기업 관계자들은 전한다. 김학수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혁신을 통해 많은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에 박수를 보내야지 이익을 나누자고 강요하는 것은 잘나가는 기업을 주저앉히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프렌들리는 옛말=한 대기업 임원은 "지난 20년 동안 유지해온 임시투자세액 공제제도를 하필이면 이명박 정부가 폐지하겠다니 배신감마저 느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기업의 투자에 대해 감세혜택을 주는 것으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대표적인 기업 지원책 중 하나다. 이런 제도를 없애는 이유는 2조원가량의 세수를 더 확보하기 위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부가 나랏빚을 늘리다 보니 세수가 문제가 됐고 결국 '돈 잘 버는', 즉 형편이 좋은 곳에서 세금을 더 걷겠다는 의도다.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주창한 정부가 '고무신 거꾸로' 신은 사례는 법인세 인하 문제에서도 확인된다. 정부는 법인세율을 당초 22%에서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시점을 2년 유예했다. 하지만 '친서민' 선언 이후 이마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줄어드는 기업 지원과 달리 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는 더욱 많아졌다. 최근 3년간 34개 부처의 등록규제 건수는 지난 2008년 5,186건에서 지난해 6,740건으로 늘어난 뒤 올해는 이미 7,008건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 8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에 건의한 '2010년 기업활동 관련 저해규제 개혁과제'는 총 182건으로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다. 정부가 역주행하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권 인기 위해 반기업 조장=상생협력 강요도 대표적인 역주행 정책이다. 지금까지 삼성ㆍ현대차 등 대기업들이 상생협력을 위해 내놓겠다고 발표한 금액은 총 3조7,836억원. 기업들은 내년에는 얼마를 더 내놓아야 할지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기업 본연의 마케팅ㆍ투자ㆍ개발활동을 하기보다 정권의 눈치를 보며 상생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기업들은 한편으로 서글프기까지 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부품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동반성장은 기본"이라며 "알아서 하고 있는 데도 정부가 압박을 가하는 것은 중소기업에 무조건 이익을 나눠주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이 기술혁신 등 자체 경쟁력으로 이익을 키워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생압박은 이런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부자(대기업)가 빈민(중소기업)을 무조건 구휼하라고 재촉한다는 점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포퓰리즘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정책기조 이면에는 뿌리 깊은 반기업 정서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기업, 즉 부자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한 저류를 형성하고 있어 대기업을 때릴수록 정권의 인기가 올라가는 점을 노렸다는 시각이다. 문제는 대기업 역시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어 노키아나 모토로라, 대만ㆍ일본의 메모리반도체업체처럼 위기를 맞아 비틀거리거나 회사문을 닫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자 대기업들은 내년 경기전망이 안 좋은 것이 오히려 반갑다는 표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내년에 기업 실적이 '다행히' 안 좋아질 것"이라며 정부의 상생협력 압박이 수그러들기를 기대했다. 기업가정신으로 똘똘 무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거침없이 경쟁을 펼쳐야 할 대기업들이 기업 실적이 악화되는 데 위안을 얻다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시장원리에 대한 신념이 부족하다 보니 비시장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며 "시장 왜곡의 원인을 찾아 시장제도와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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