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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국내 노사관계가 예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긴장과 투쟁 대신에 협력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계는 전세계적인 감산과 감원 등을 감안해 투쟁보다는 협력을 통한 고용안정이라는 실리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임금보다는 고용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하이닉스와 같은 협력적인 분위기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이닉스 노사 ‘큰 결단’= 이번에 나온 하이닉스 자구안에 대해 업계는 사용자측과 노조가 함께 큰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이닉스 노사의 합의안은 ▲임원 30% 감원 ▲희망퇴직 ▲무급휴가 중단 ▲임원 임금 삭감 ▲복리후생 한시적 폐지 또는 유예 등을 골자로 한다. 회사는 임원 숫자를 줄이고 급여를 삭감해 솔선수범하는 대신 노조는 희망퇴직과 복리후생 축소를 받아들여 고통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하이닉스는 이번 합의를 통해 15% 이상의 인건비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사의 합의는 “이번 위기만 넘기면 더 좋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노사의 공감대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전쟁터와 같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시간 실력을 쌓아왔고 생산력과 기술력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 만큼 이번 위기만 넘기면 충분히 성장할 수 공감대가 형성돼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춘 것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지 않느냐”면서 “노사가 뭉쳐 이번 위기를 넘기고 불황 장기화에도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차 업계 노사관계도 변화 바람= 미국 등 주요 수출시장 판매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한 발 앞서 노사 협력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기아자동차는 지난 4일 발표한 ‘기아차 노사합의문’을 통해 물량 재배치와 혼류생산 등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달부터 카니발 공장에서 프라이드를 혼류생산할 예정이며 주문이 밀려 있는 포르테도 혼류생산을 검토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노사가 뜻을 모은 결과다. 10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 같은 기아차 노사의 의미는 단순히 물량 재배치에만 그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가 물량 재배치를 받아들이는 대신 회사가 고용안정을 위해 애쓰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기로 합의 한 점에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도 앞선 2일 노조를 대상으로 경영설명회를 열고 현재의 위기에 대해 인식을 함께 한 바 있어 조만간 협력안이 도출 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 “임금보다는 고용안정”= 경기 침체로 인해 최근 임단협에서는 임금보다 고용안정이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산업 현장을 둘러보니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임단협은 고용안정이 논의의 중심”이라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고용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사가 협력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감원이라는 극한 방식 대신에 근로자 사이에서 일자리를 서로 나누는 방식을 선택하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제위기가 고조되면서 감원 대신에 단기 조업 중단과 순환 휴무 등으로 일거리를 나눠 고용을 유지하는 데 노사가 협력하는 시스템이 서서히 정착돼 가고 있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경제상황은 노조가 투쟁만으로는 고용을 지킬 수 없는 심각한 단계”라며 “이 때문에 각 사업장 노조들도 고용안정을 위한 협력이 우선이라는 쪽으로 인식을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응 전무는 “노사협력은 방식보다는 그 분위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며 “협력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사업장 별로 다양한 방법의 고통분담안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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