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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한국 성장 원동력은 '對日 굴욕감'

■감정의 지정학 / 도미니크 모이시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올해는 한국 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이자 한국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는 해이다. 60년 전 폐허가 돼버렸던 땅이 반세기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로 성장하고 급기야 세계 정상들의 모임을 주최하는 국가로 발전한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소 고문 도미니크 모이시는 한국의 성장 이면에 '굴욕감'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굴욕이라는 감정이 한국 경제 기적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 모이시는 한국의 성공을 굴욕이라는 감정으로 분석한 것처럼 세계 정치도 감정의 흐름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감정이 세계 지정학적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분석한다. 저자는 현재 세계 지정학적 정세를 크게 '희망의 문화', '굴욕의 문화', '공포의 문화'로 3등분한다. 과거 '굴욕'의 감정이 지배했던 아시아는 경제성장으로'희망'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고 이슬람은 역사적 몰락과 쇠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굴욕'의 감정이 커지고 있으며 서구는 아시아가 부상하고 이슬람이 위협하는 현실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들에 대해 모이시는 "감정은 마치 콜레스테롤과 같아서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다"며 "두려움이나 굴욕 등 부정적 감정은 억제하고 희망과 같은 좋은 감정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 사례로 그는 뭄바이를 방문했을 때 느꼈던 도시의 에너지와 런던 지하철에 올라 탔을 때의 공포를 비교한다. 뭄바이에는 노숙자들이 많고 교통 체증이 끊이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자신의 삶은 개선할 수 없어도 후손에겐 나은 삶을 줄 수 있을 거라는'희망'덕에 도시가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반면 런던 지하철에서는 부르카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올라타자 열차칸에 타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렸던 경험을 들며 서구사회의 '공포'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 같은'굴욕'과 '공포' 모두 '자신감'의 결여에서 비롯됐으며 이를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것 역시 '자신감'이라고 주장한다. 나쁜 콜레스테롤과 같은'굴욕'이라는 감정에 자신감이 더해지면 한국처럼 경제 기적이라는 '희망'을 낳을 수 있지만 자신감을 상실하면 이슬람처럼 다른 나라에 대한 도발과 무기력만 남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감정의 이해 없이 객관적 자료만 분석해서는 세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세계 정치에 녹아 있는 감정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1만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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