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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크라잉넛 "정치선전 하기 싫어 대선 로고송 거부"

28일부터 연말 공연<br>'말달리자' 여러당서 사용 요청했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 하고 싶어<br>30대 들어 정서 변해도 기본은 '펑크'



크라잉넛 "정치선전 하기 싫어 대선 로고송 거부" [리빙 앤 조이]28일부터 연말 공연'말달리자' 여러당서 사용 요청했지만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음악 하고 싶어30대 들어 정서 변해도 기본은 '펑크' 김면중기자 whynot@sed.co.kr 관련기사 • 광고, 생활속에 파고들다 • 'KTF 쇼' 광고판서도 1등 쇼 • 홈쇼핑 광고 자막, 생각 많이 한겁니다 • 2008년 월별 건강 체크포인트 • 톡 쏘는 첫맛 달콤한 뒷 맛이 진짜 국산 홍어 • 크라잉넛 "대선 로고송 거부한 이유는…" >>리빙 앤 조이 기사 더보기 1994년 7월 어느날. 홍대 앞 라이브클럽 드럭(Drug)에 온 관객들 중 네 명이 공연 도중 갑자기 스테이지 다이빙을 하며 미친 듯 날뛰었다. 급기야 그들은 무대 위로 올라가 기타와 드럼을 내동댕이치며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당시 드럭의 사장이었던 이석문씨는 그 고3 수험생들에게 다가가 말했다. “너네 연락처 적어놓고 가라.” 이후 세월이 흘러 그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이 사장이 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돈 물어내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제안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너네 오디션 한번 보지 않을래?” 동갑내기 악동 4인방은 당시 밴드 활동을 하긴 했지만 끝까지 연주할 수 있는 곡이 단 한 곡도 없을 정도로 막무가내였다. 그러나 이석문 사장은 그들의 어수룩한 모습 속에서 가능성을 간파했다. ‘녀석들, 잘만 다듬으면 뭔가 하겠는데?’ 이제는 국민가요가 된 ‘말달리자’의 주인공 크라잉넛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 악동들이 어느새 경력 10년을 훌쩍 넘긴 ‘중견 밴드’로 성장했다. 연말 공연을 코 앞에 두고 맹연습중인 그들을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그들의 지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들의 연말 공연은 오는 28일부터 31일까지 매일밤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펼쳐진다. 문의 1544-1555. -군대 갔다 오면 철 좀 든다고 하잖아요. 몇 분은 이제 유부남도 됐고요. 철 좀 들었나요. ▲이제 서른 넘었으니 어느 정도 철 좀 들었죠. 그런데 좋게 말해 철든 거지 알고 보면 늙어서 기가 허해진 거에요. 그런데 솔직히 철들고 싶지 않네요. 지금도 술 마시면 아침 해가 뜰 때까지 마십니다. -분명 20대와 30대 정서는 많이 다를 법 한데요. 30대 되니까 정서가 좀 변하던 가요. 그리고 음악 방향도 좀 달라졌나요. ▲기본적으로 우리만의 기본 정서 같은 게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 정서는 아무래도 펑크록이겠죠. 하지만 10년 넘게 음악을 해오면서 제3세계 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됐죠. 2집 ‘서커스 매직 유랑단’에는 집시 이미지 같은 게 느껴지잖아요. 당시 유고 출신 뮤지션인 고란 브레고비치의 ‘집시의 시간’이란 앨범을 즐겨 들었는데 영향을 많이 받았죠. 그렇다고 우리가 트렌드를 쫓았다고 오해하진 마세요. -브레고비치를 즐겨 듣는다니, 좀 의외인데요? 크라잉넛은 시끄러운 음악만 들을 거라 생각했어요. ▲멤버 각자 음악성이 틀리지만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밴드가 있어요. 방금 이야기한 고란 브레고비치가 그렇죠. 물론 클래시, 섹스피스톨즈, 데드 케네디즈 등 펑크록 밴드도 좋아하고요. 사실 평소에는 여유 있게 음악 들을 시간이 잘 나지 않아요. 공연이 있는 날 공연장 가는 길에 차 안에서 주로 듣죠. 차 안에서 메인 DJ는 (김)인수형이에요. 형이 신기한 음악을 많이 틀어주죠. - 주로 어떤 음악을 듣는 데요? ▲베토벤부터 일렉트로니카까지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들어요. 이게 다 피와 살이 되거든요. 초기엔 펑크를 위주로 들었지만 요즘엔 조용한 음악도 자주 들어요. 항상 시끄러운 음악을 하니까 비틀즈 같은 게 듣고 싶어지더군요. 스탠더드 곡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아요. -예전에 드럭에서 함께 공연하던 레이지본은 최근 발라드 곡을 리메이크 하는 등 분명 음악에 변화가 생겼는데요. 크라잉넛 음악도 좀 달라질까요. ▲심각하고 진지한 건 우리랑 안 어울려요. 대신 우리는 음악에 ‘유머’라는 양념을 뿌릴 줄 알죠. 그리고 나이는 들었지만 무대 위에서의 에너지는 전혀 떨어지진 않았어요. 솔직히 지금이 가장 에너지가 충만한 시기거든요. 노래보단 액션이 성숙해졌죠. 한마디로 지랄이 더 정교해졌다고나 할까요? (웃음) -얼마 전 한 노래방 기기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연말모임에서 분위기를 띄울 수 있는 노래 1위로 ‘말달리자’가 뽑혔더군요. 크라잉넛 멤버들은 노래방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해요. ▲(한)경록이 18번은 정해져 있죠. ‘빈대떡 신사’! (박)윤식이는 요즘 ‘텔미’ 불러요. 가끔 우리 노래도 부르고요. -얼마 전엔 평론가들이 최고의 가사를 선정했는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에 이어 ‘말달리자’가 2위를 차지했잖아요. 가사 쓸 당시 어떤 심정이었는지 궁금해요. ▲대학 다닐 때, 학교 다니는 것보다 음악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아 답답했어요. 그렇게 답답했던 마음을 가사로 표현한 건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줘 저희도 놀랐답니다. _쌍둥이인 이상면, 이상혁 형제는 두 분 다 연세대학교를 나왔잖아요. 명문대를 졸업하고 음악을 계속 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의 반대가 심했을 거 같은데요. ▲졸업 못했어요. 음악 하려고 중퇴했죠. 물론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죠. 그런데 나중에 ‘말달리자’ 히트하고 TV나 신문에도 나오고 하니까 나중엔 결국 우리 뜻을 들어주시더군요. 나중엔 학교 교수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학교 나오면 졸업 시켜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정말 ‘말달리자’ 때문에 하도 바빠서 도저히 학교를 다닐 수가 없었어요. 음악을 위해 학업을 접었죠.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포기해야죠. -얼마 전 영화 ‘즐거운 인생’이 개봉한 후 직장인 밴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데요. 서른 넘어 음악을 시작하는 거에 대해 솔직히 어떻게 생각하세요. ▲로큰롤이란 원래 무모한 거에요. 이 바닥에선 ‘블루스 밴드는 50세부터’라는 말도 있는 걸요. 밴드 하는 거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니에요. 관건은 용기에요. 한번 시작하면 실력은 금새 늘어요. 얼마 전에 직장인 밴드 경연대회에 다녀왔는데 다들 실력이 장난 아니더군요. 사회 초년병 때는 상사 눈치 때문에 시작하기 힘들 수도 있겠지만, 말년 대리 정도 되면 할만하지 않을까요? 늦게라도 꿈을 찾아 떠나는 모습들이 너무 좋아 보여요. -이번 연말 콘서트를 4일 동안 각각 다른 콘셉트로 진행할 예정이잖아요. 하나 준비해서 쭉 가면 되지 뭣하러 그렇게 사서 고생하는 거죠. ▲우리 공연 하는 걸 다 보러 오는 분들이 있어요. 4일권을 팔고 있는데 지금 20장 정도 팔렸어요. 그런 분들을 생각해 그렇게 하기로 한 거죠. 사실 우리도 4일 내내 똑 같은 레퍼토리를 반복하긴 싫어요. 식상하잖아요.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색깔도 굉장히 많고요. 예전엔 단독 공연 할 때 올림픽홀 처럼 대형 공연장에서 한번에 끝내곤 했어요. 그런데 큰 데서 하면 사람이 무지 많이 와도 적게 온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소극장 분위기 나는 곳에서 4일로 나눠서 하기로 했죠. 이번 공연 장소인 두산아트센터(전 연강홀) 분위기, 정말 좋아요. 소극장처럼 아기자기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 거든요. 무대가 가운데 있고 3면에서 오붓하게 공연을 볼 수 있죠. -특히 첫날 로맨틱 콘셉트의 공연은 상상이 안돼요. 정말 크라잉넛 콘서트가 로맨틱할 수 있는 건가요. ▲노력은 할 건데, 절대 로맨틱한 분위기는 아닐 걸요?(웃음) 로맨틱한 분위기라서 (한)경록이 고등학교 후배인 가수 양파를 게스트로 섭외했는데, 양파도 신나는 노래를 하고 싶대요. 커플을 위한 공연이 될 것이라 홍보했지만 사실 솔로들이 더 즐거울 걸요? 다른 공연에 비해 로맨틱한 양념을 넣겠지만 폭발적인 슬램 분위기는 쭉 갑니다. -최근 크로스오버니 하이브리드니 장르의 퓨전화가 유행인데요. 만약 시도한다면 함께 하고픈 뮤지션이 있나요. ▲전에 DJ. D.O.C. 형들이랑 해봤어요. 국악이랑 접목도 시도해봤고요.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요즘 크로스오버가 유행이긴 하지만 그게 유행이라서 쫓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정말 필요할 경우가 생긴다면 그땐 크로스오버를 시도해보겠지만,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어요. 그래도 만약 한다면 소녀시대나 원더걸스랑 하고 싶네요. (웃음) -소위 ‘조선펑크’의 선구자인데요. ▲우리가 처음 나왔을 땐 ‘너네가 무슨 펑크 밴드냐’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나중엔 조선펑크의 선두주자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우리 음악은 그저 ‘크라잉넛’표 음악일 뿐이에요. 나이가 든 만큼 음악 스타일은 다양하게 시도해볼 생각이거든요. 물론, 음악 하는 자세만큼은 펑크 정신으로 계속 무장할 거에요. -당신들이 정의하는 펑크 정신이란 무엇인가요. ▲요즘엔 어떤 사상을 내세우면 하도 돌 던지는 분위기지만 우리가 펑크를 시작할 때만 해도 펑크 정신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논쟁도 치열했죠. 그때 그렇게 진지하게 펑크 정신에 대해 토론하고 고민했던 게 지금 음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건 어쩌면 뮤지션이라면 응당 거쳐야 할 통과의례 같은 거에요.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던 사람과 갑자기 시작한 사람은 분명히 달라요.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들에겐 분명 어떤 내공 같은 게 있어요. 지금 펑크 정신이 뭐냐 묻는다면 스타일이든 관점이든 모든 것에서 철저하게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맨 처음 당신들을 발견한 드럭의 이석문 사장과 아직도 함께 하고 있잖아요. 10년 넘게 제작자와 뮤지션이 함께 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닌데 비결이 뭔가요. ▲정신연령이 비슷해서 오래 가는 거에요. (웃음) 두 달에 한번 정도는 꼭 사장님이랑 1박2일로 술을 마셔요. 그때마다 느끼는 바인데 나이 차는 많이 나지만 정말 서로 죽이 잘 맞아요. 요즘 사장님도 밴드 활동을 시작했죠. 직장인 밴드가 아니라 사장들끼리 모여 만든 사장님 밴드죠. (웃음) -요즘 음반시장이 참 힘들잖아요. 올해 판매량 10만장을 돌파한 앨범이 딸랑 두 개뿐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음악 하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 때도 있을 거 같은데요. ▲상황이 힘들수록 끝까지 살아 남아 잘 되는 거 보여주고 싶어요. 아마 우리뿐 아니라 모든 음악인들이 고민일 거에요. 음반시장이 죽었다면 반드시 대안을 찾아야 해요. 디지털 음원이나 공연 시장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겠죠.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음원 시장이 무지하게 커졌지만, 돈은 음악 하는 사람들이 아닌 엉뚱한 사람들이 가져가고 있어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해요. 도대체 디지털 음원 수입의 몇 %가 뮤지션한테 오는 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우리도 모르고요. 아마 10%도 안 될 거에요. 국내 대기업들의 횡포가 도를 지나쳤어요. 어떤 제도나 법에 따른 수익 배분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대기업이 만든 가격 체계를 따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거든요. 당연히 뮤지션이나 제작자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무튼 요즘 이렇게 재미있는 숙제가 생겨 신나게 토론하고 그래요. 술 먹을 때 안주거리 하나 더 생긴 거죠, 뭐. - 이번 대선에서 여러 정당으로부터 ‘말달리자’를 로고송으로 쓰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아는데요. 왜 거부한 거죠. ▲우린 ‘정치’에 관심 없어요. 그것보단 ‘치정’에 더 관심이 있죠. 정치 선전용으로 우리 노래가 쓰이는 거 내키지 않아요. 그리고 어떤 특정 정당의 로고송이 되면 그들만의 노래가 되는 거잖아요. 우리는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올해엔 솔직히 노래를 드리고 싶은 분도 없었어요. - 만약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다면 어떤 고민을 해결해달라고 할 건가요. ▲술 마시고 필름 안 끊기는 법! (웃음) 하나도 안 변했다. 서른이 넘었지만 이들의 감성과 에너지는 여전히 20대의 그것이었다. 언변은 어눌했지만, 그래서 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들의 음악처럼. ■크라잉넛 프로필 ▦보컬 박윤식, 기타 이상면, 베이스 한경록, 드럼 이상혁, 키보드 김인수 ▦96년 ‘옐로우 키친’과 옴니버스 앨범 발표 ▦98년 1집 ‘말달리자’ 발표 ▦2001년 Mnet 뮤직어워즈 올해의 인디부문 수상 입력시간 : 2007/12/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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