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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8월 4일] 새롭게 바뀌는 명품의 기준

전준희(애경 홍보팀 대리)

‘명품 연기’ ‘명품 몸매’. 최근 ‘명품’이라는 단어가 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다. ‘훌륭한’ 또는 ‘멋진’이라는 말로 바꾸면 되겠지만 본래 의미와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우리가 흔히 ‘명품’이라 부르는 것들은 ‘짐이 곧 국가’라고 말한 루이 14세의 부르봉 왕조와 보나파르트 왕조가 프랑스를 지배했던 시기에 탄생했다. 왕족과 귀족들이 선호하는 아름답고 사치스러운 옷ㆍ구두ㆍ장신구ㆍ식기를 만들기 시작한 장인들이 지금의 명품 브랜드의 시조였다. 당시나 지금이나 명품은 집과 자동차 다음의 고관여 제품이자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는 정교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높은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소 특이한 명품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남에게 명품을 보여줌으로써 만족감을 얻었다면 이제는 남이 보든 안보든 소유하는 자체만으로 만족하는 새로운 명품이 탄생한 것이다. 애플의 디지털기기 ‘아이팟터치’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왕가와 인연을 맺은 적도 없고 생긴 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며 오랜 기간의 작업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제품이 출시되는 첫날에는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매장 앞이 장사진을 이루고 각종 블로그와 트위터에 사용 후기들이 가득찬다. 소비자는 이런 제품을 구매했다는 것만으로도 우월함을 느끼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부럽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최근에는 하나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DSLR 렌즈, 친환경 열풍에 힘입은 수제 자전거 등으로 명품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백화점들도 새로운 개념의 명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른바 ‘공정무역제품’으로 불리는 제품들은 명품이라고 하기엔 물론 기존 명품에 비해 가격과 품질 면에서 뒤쳐질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제3세계의 소외된 노동자들에게 좀 더 나은 생산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노동에 정당한 보상을 해줬다는 고귀한 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감히 명품이라고 지칭하고 싶다. 공정무역제품은 커피ㆍ코코아ㆍ면화ㆍ초콜릿ㆍ패션의류 등 아프리카와 중남미에서 생산돼 선진국으로 판매되는 농산물과 공산품들이다. 아직 제품이 많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지도 않았지만 최근 국내 백화점들이 앞장서서 공정무역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과 백화점의 인식이 높아져 유명 명품 핸드백 로고 못지않게 공정무역제품의 라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고객들이 많아지는 날, 또 하나의 명품이 탄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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