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는 통신과 방송이 본격적으로 융합되는 이른바 ‘통ㆍ방융합’의 첫 시험대다. 그만큼 양대 영역은 격렬한 논쟁을 벌여왔다. 통신사업자들의 IPTV진출을 위한 움직임은 통신산업의 한계를 돌파하자는 고육지책이다. 예컨대 KT는 2000년대 들어 ‘매출 11조원’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1년 11조5183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 11조8508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반면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CATV에 이어 IPTV까지 내줄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 작년말 기준 CATV가입자는 1,276만9,067 가구로 전국 1,739만1,932 가구 대비 73.4%에 이르렀다.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 가입가구도 9.5%여서 지상파를 직접 안테나로 받아보는 가구는 고작 17% 남짓하다는 얘기가 된다. 초고속인터넷 사업까지 벌여왔던 CATV사업자들의 반발은 이보다 더 강하다. CATV사업자는 현행 규정상 전국 77개 구역의 20%를 넘게 겸영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반면 통신회사는 전국을 대상으로 단일방송망을 꾸릴 수 있게 되고, 1,200만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정보를 통해 마케팅도 간편하다는 점 등을 거론하면서 정통부를 압박하고 있다. 모두가 거대 통신자본에 대한 경계감이다. 방송위가 조사한 작년 전국 119개 종합유선사의 매출액은 1조,3,479억원, 42개 TV와 라디오 지상파 방송사의 매출액은 3조5,448억원인데 이는 1개 통신회사 매출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작년말 기준 SKT 매출액이 9조7,037억원, KTF가 4조5,734억원이고, 이통사 막내격인 LG텔레콤의 경우만 해도 2조3,095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도 합의에 실패, 공전(空轉)만 하고 있다. 방송위는 “IPTV가 통신회사의 통신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TV와는 다르지만 컨텐츠는 엄연히 방송”이라며 기존 방송법에 IPTV 관련 조항(별정방송 규정)을 신설해 방송위가 IPTV를 직접 규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정통부는 기존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새로운 서비스인 만큼 방송법 대신 정통부 관할의 특별법으로 IPTV 서비스를 관리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IPTV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며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사이 정작 IPTV는 해외에서 먼저 현실화되고 있다. 홍콩PCCW사는 2003년 ‘NOW Broadband TV’라는 브랜드로 IPTV를 출시해 작년말 기준 42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고, 일본 KDDI사, 프랑스의 프랑스텔레콤 등도 2003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영국 BT, 미국 SureWest사도 IPTV에 대한 규제방향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개시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이 문제가 차기 정권으로 넘겨질 공산도 커지고 있다. 그간 통ㆍ방융합 규제기구 설립에 관여해온 한 인사는 “내년 6월 지자체장 선거, 집권 후반기 정치적상황 등이 맞물려 통ㆍ융합 문제는 꺼낼 분위기가 못된다”며 이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LG경제연구원 김영민 박사는 이와 관련, “IT기술 발달로 촉발된 통ㆍ방융합 문제와 같은 영역에 대한 ‘제도화’는 관련 산업발전의 첫 시발점”이라며 이해 당사자들이 조속히 머리를 다시 맞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제도화에 앞서 서비스만이라도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어 주목된다. IPTV가 단순한 뉴미디어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차세대 핵심통신사업인 무선인터넷(와이브로), HSDPA(3.5세대 휴대폰) 등과 결합한 유ㆍ무선 연동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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