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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테헤란로는 없다

「테헤란로」가 새천년 들어 유난히 사람들 입을 타고 있다.「테헤란로에 한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국운(國運)까지 들먹이는 극찬도 나올 지경이다. 실리콘밸리의 「밸리」자가 붙어 「테헤란밸리」까지 돼버렸다. 벤처기업·주식 투자자·「탈출」의 유혹을 느끼는 평범한 직장인들은 테헤란로를 성지(聖地)처럼 여기고 있다. 테헤란로가 과연 대한민국의 미래이고, 대안일까. 테헤란로는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사거리까지다. 80년대초 이란 국왕 팔레비의 방한을 기념한 것이 그 이름의 유래다. 당시는 강남 영동 일대에서 개발 붐이 한창일 때다. 땅부자들이 떼돈을 벌어 「벼락부자」란 뜻의 졸부(猝富)에 사회학적인 의미가 붙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역사는 반복된다. 그 20년 뒤의 테헤란로에선 지금 자고 나면 벼락부자들이 태어난다. 한국의 증권시장을 울리고 웃기는 정보통신·인터넷 부자들이다. 떼돈의 원천이 「땅」에서 「인터넷」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테헤란로에는 정보통신·인터넷기업들이 1,000개가 깔려 있다. 기술신화를 믿는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이 거기에 있다. 그러나 그들의 꿈과 열정은 너무도 단순하다. 「성공신화」 이상의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안타깝다. 과거 개발연대의 주역들은 밥 안먹고, 잠 안자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잘 살아보기 위해 그들은 앞뒤 안보고 달렸다. 테헤란로의 젊은이들도 선배가 그랬듯이 라면으로 허기진 배를 때우고, 밤을 지새며 성공을 위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가도에는 「많이 벌기」라는 양(量)의 논리가 지배한다. 도박판에서나 쓰일 법 하고, 결코 권장할 만한 미덕라고 할 수 없는「WINNER TAKES ALL」(승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을 테헤란로의 인터넷기업들은 사시(社是)로 삼다시피 하고 있다. 반면, 불행하게도 그들에게서 「문화」나 「모럴」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나 감각을 찾아보기 힘들다. 좋든 싫든, 인터넷이 대세를 몰아가는 경제·사회시스템의 변화 과정에서 돈을 벌고 부를 창출하는 주역은 젊은 그들로 바뀌어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성공 이데올로기」 외에는 준비한 게 없어 보인다. 떼돈을 벌어 갑자기 유명해진 한 벤처기업 사장은 『정리가 안된다, 혼란스럽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막상 떼돈을 벌고 나선 어쩔 줄 몰라서 쩔쩔 매는게 그들이다. 한국에 자본주의의 씨를 뿌리고 일군 선배들은 정경유착·특혜·저임금·재벌화·오너 독식·투기 등의 검은 유산을 남겼다. 떼돈은 벌었을 지언정 청부(淸富)라는 유산을 남기는데는 실패했다. 건강한 자본주의 문화와 모럴에 대한 시선을 갖지 못했다. 「천민 자본주의」라는 오명만 후세에 남겼다. 그들이 잉태한 테헤란로의 인터넷 기업인들. 이들은 과연 선배들의 검은 유산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돈을 버는 업(業)만 다를 뿐, 행태는 닮아가지 않을까. 테헤란로의 이면도로는 얼마나 정화(淨化)될 수 있을까. 우리가 테헤란로에 진실로 희망을 건다면, 젊은 그들은 선배의 전철을 되밟지 않으리라는 한가닥 기대 때문이다. /JA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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