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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Joy] 四色 영화 死生 결단

블록버스터에 치여 개봉관도 못잡았다 그러나 개성으로 승부한다

굿 우먼 / 남자의 허위의식 풍자…헬렌 헌트 도발 연기

도쿄 데카당스 / 무라카미 류 감독작 가학적 성행위 등 충격 영상

처칠/ 히틀러 등 패러디 크리스천 슬레이터 코믹연기 일품

브로큰 플라워 / 칸 심사위원대상작…노쇠한 스타들 기용 세월의 흐름 묘사

“태풍 재밌을 거 같지 않니? 장동건 포스터만 봐도 쓰러질 거 같아.” “킹콩은 어떻고? ‘반지의 제왕’ 피터 잭슨 감독이라는데.” “뭐니뭐니해도 해리 포터지. 미국 흥행이 1,2,3편 다 뛰어넘었대.” 2005년 12월 초입, 멀티플렉스 매표소 앞에서 벌어질 법한 대화. CGV, 메가박스 앞에는 대작 영화들의 홍보 포스터와 재현 세트장이 들어선 지 오래. 12월 15일이면 그 풍경은 최고조에 달할 듯. 같은 날 개봉하는 ‘태풍’과 ‘킹콩’이 각각 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해버렸기 때문. 국내 개봉 가능한 스크린은 1,200개. 100여개 남짓 스크린을 두고 나머지 영화들끼리의 피튀기는 쟁탈전은 안 봐도 비디오. 12월, 그렇다고 이 두 영화만 스크린에 걸리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 사랑해도 되나요’같은 성탄절용 로맨틱 코미디, 겨울엔 생뚱맞은 공포물 ‘나이트 워치’도 있다. 그나마 이런 영화들은 직배사의 힘이라도 있어 고생이 덜한 영화들. 이리저리 치이며 개봉 예상일 대략 일주일 남짓의 운명을 기다리는 영화들도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후진 것은 결코 아니다. 개봉일 잘못 맞춰 눈물 떨굴 영화들, 대작들의 특집기사에 치여 신문지면에 제대로 한 번 실리기 힘들 ‘가련한’ 영화들을 모아봤다. 이 영화를 보실 관객이라면, 상영관 정보를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동네 멀티플렉스 어디서나 걸릴 영화들이 아니다. 스칼렛 요한슨과 헬렌 헌트 주연의 영화 ‘굿 우먼’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를 원작으로 한 작품. 상류층 남자들과 어울리며 풍요로운 삶을 살던 주인공 얼린 부인(헬렌 헌트). 아내들의 질투로 그녀의 잔고도 바닥이 나고, 결국 이탈리아로 향한다. 그 곳에서 역시 얼린 부인은 젊은 사업자 로버트와 스캔들을 일으킨다. 영화의 배경이 1930년대라는 걸 감안한다면 충격적인 소재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시종일관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영화는 흐른다. 영화의 제목이 아이러니하게도 ‘굿 우먼’인 건, 극중 등장하는 ‘점잔빼는’ 남성들의 허위의식을 통렬히 풍자하는 수단일 터. 주인공 헬렌 헌트의 도발적이면서도 농익은 연기는 마지막 반전에 힘을 실어준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무라카미 류 감독의 ‘도쿄 데카당스’가 스크린에 걸린다. 92년 제작된 이 작품은 국내에서 6번의 재심의와 6분 분량을 삭제한 끝에 어렵사리 선보이게 됐다. 영화를 보노라면 이 영화가 왜 그토록 지난한 길을 걸어야 했는지 실감할 수 있다. 호텔 방 안에서의 가학적인 성행위는 ‘변태’라는 단어를 무색하게 만들고, 이들이 읊어대는 나름의 철학적인 대사는 차라리 관객들의 헛웃음을 유발하게까지 만든다. 영화 속 매춘부는 가방 가득 ‘변태도구’들을 챙겨 또 다른 남자의 성적 노예가 된다. 이 황당하기까지 한 영화를 보는 관객도 보통은 아닐 터. 그러나 13년만에 현해탄을 건너 온 이 영화가 국내 극장가에 큰 매력은 없을 듯. 자극의 강도를 떠나서 이런 영화에 호기심을 느끼기엔 인터넷이 너무 빠르게 발전했다. 이 영화를 두고 평론가들이 벌이는 ‘고차원적 담론’에 관객이 매몰될 필요는 ‘전혀’ 없다. 처칠 전 영국 수상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랑을 한다는 패러디 코미디영화 ‘처칠’도 극장가에 선보이는 작품. 영화엔 이들 둘 뿐 아니라 아이젠하워도, 히틀러도, 당시 영국 국왕이었던 조지 6세까지 등장시킨다. 극중 처칠은 시가를 물고 있는 근육질 몸매의 전형적인 ‘마초’. 아이젠하워는 그와 절친한 흑인 병사로, 히틀러의 애인 에바는 언제나 외롭고, 영국 왕 조지 6세는 무능력한 귀족의 전형으로 등장한다. ‘역사를 이렇게까지 비틀 수 있나’라는 감탄보다는 그저 웃고 즐기기에 적당한 코미디에 가까운 영화. ‘트루 로맨스’의 크리스천 슬레이터가 망가질 대로 망가진다. 지난해 ‘올드보이’가 받았던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의 올 수상작 ‘브로큰 플라워’ 역시 이 달 선보인다. 짐 자무시라는, ‘천국보다 낯선’의 그 예술영화 감독으로 잘 알려진 이름이 반갑지만 그 누구보다도 정겨운 이는 다름 아닌 빌 머레이. 20년 전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에서 귀신 때려잡는 청춘 스타였던 그는 세월의 옷을 입고 인생의 양지와 음지를 무표정만으로 관객에게 전한다. 샤론 스톤, 제시카 렝, 줄리 델피 등 왕년의 여배우들 역시 ‘젊음만이 전부는 아냐’라고 외치듯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결국 하나. 시간은, 그렇게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간다는, 인생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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