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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곳없는 돈 "대안없네" 증시로 몰린다
입력2010-04-26 16:15:55
수정
2010.04.26 16:15:55
예탁금ㆍ증권사CMA 50여일새 7조↑…코스피 1,750선 돌파
‘강남 큰손’으로 꼽히는 장영우(55)씨는 지난해 말 15억원대의 해외펀드를 모두 환매했다. 수익률은 마이너스였지만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지난해 말로 끝났기 때문에 단안을 내렸다. 그 후 새로운 투자 대상을 물색하다가 최근 정보기술(IT) 및 금융주를 중심으로 5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장씨는 거래하는 증권사 직원에게 “나머지 10억원도 조만간 주식에 투자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코스피지수가 잇따라 연중 고점을 깨며 1,800포인트를 향해 달려가자 시중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물꼬를 트고 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5.17포인트(0.87%) 상승한 1,752.20포인트로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면서 지난 2008년 6월18일(1,774포인트) 이후 최고치에 올라섰다.
최근 들어 장씨처럼 거액 자산가들이 펀드를 환매한 후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2%대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데다 부동산시장 침체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져 ‘갈 곳 없는’ 돈이 결국 증시로 흘러드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내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이익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에 주가수익비율(PER)은 9.6배에 불과해 여전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주식 매수세도 기업 실적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 ITㆍ자동차ㆍ금융 업종 등에 많이 몰리고 있다. 3월 이후 외국인의 주요 순매수 업종을 보면 전기전자 3조원, 운수장비 1조4,000억원, 금융 1조8,000억원에 달했다. 최근 증시를 이끄는 ‘트로이카 업종’에 전체 자금의 60% 이상을 쏟아 부은 셈이다.
증시 주변자금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주식투자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3월 초 11조7,000억원까지 줄어들었지만 23일 현재 13조8,000억원으로 18%나 증가했다.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3월 36조원대까지 하락했다가 최근 41조원대를 넘어섰다. 더욱이 5월 초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삼성생명 공모 규모만도 1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상당한 규모의 시중자금이 증시로 이동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정연아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 WMC 부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증시 외에는 뚜렷한 투자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들어 주식시장의 위험요인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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