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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해야 할 포퓰리즘
입력2003-04-08 00:00:00
수정
2003.04.08 00:00:00
후안 페론 장군과 에비타의 스토리는 혁명과 야망으로 점철된 1940년대 아르헨티나의 역사이자, 오늘 아르헨티나 경제를 이해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사생아로 태어나 사창가를 전전했던 에비타는 잘생긴 페론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는 특유의 사교술, 웅변술로 노동자를 조직, 정치 세력화하는데 성공했다. 페론과 에비타의 결합은 포퓰리즘이라는 새로운 정치 패턴을 형성했다.
아르헨티나의 주기적 경제 위기는 포퓰리즘의 결과다. 80년대엔 정부가 중앙은행의 인쇄기를 풀가동하며 돈을 찍어내 노동자 복지에 썼고, 그 결과는 연간 1,000%를 넘는 인플레이션이었다. 또 다른 페론주의자 카를로스 메넴 대통령이 90년대초에 집권하면서 현지 통화 페소와 달러를 1대1로 교환하는 고정통화제도를 채택했다. 이 방법으로 인플레이션은 해결했지만, 달러가 없으면 노동자들에게 빵을 줄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에도 경제 위기를 겪었다. 돈있는 사람들이 달러를 빼내 외국에 옮겨놓았다. 은행에 달러가 고갈되면서 정부는 달러에 페소의 고정환율을 풀어버렸다. 페소가 폭락하고, 가난한 사람들마저 은행에 돈을 빼내는 이른바 `뱅크런`(bank run) 현상이 빚어졌다.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지 한달여 지나면서 경제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국제금융시장의 심장인 뉴욕 월가에서도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도 최근 한국의 포퓰리즘적 성격을 예의 주시한다고 지적했다.
참여 정부는 소수 정부다. 정치적 취약성을 극복하는 방법이 포퓰리즘일 수 있다. 젊은 인터넷 대중, 사회단체(NGO)등을 기반으로 제도정치권을 압박하고, 가난한자에 부를 나눠주는 정책이 쏟아내는 방법이다. 재경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법인세를 깎아주자는데 청와대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재벌 단체인 전경련의 굴복을 받아내고 노동단체에 가서 `부의 분배`를 강조한 것도 포퓰리즘으로 비춰지고 있다.
그런데 포퓰리즘은 정치적으로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내는 수단이 되지만, 경제에는 독약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돈을 풀어야 하고, 따라서 금리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가진 자들은 투자를 하지 않고, 해외로 도망가려고 한다. 그 결과는 모두가 가난해지는 것이다.
포퓰리즘은 이미 50년전에 남미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입증됐고, 아직도 아르헨티나는 그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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