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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참선생님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넘쳐나는 세상이 됐다. 미장원에 머리 손질을 하러가도 선생님이 있고, 병원에도 온통 선생님들로 넘쳐난다. 사전적인 의미의 선생은 ▦남을 가르치는 사람 ▦남을 높일 때 쓰는 말 ▦경험이 많거나 아는 것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 우리 사회가 타인에 대한 존칭으로서 선생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니 굳이 나쁜 현상이라고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왠지 ‘선생’이라는 말이 본래 뜻하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훼손되는 것 아닌가 하는 근심이 생기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스승의 날’이 어김없이 지나갔다. 나에게 선생님은 인생의 지표가 되는 밑그림을 그려주신 분들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십수년 전부터 지방 소도시에서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친환경농법을 개발해 당신의 철학을 실천하고 계신다. 몸소 ‘환경보호 지구사랑’을 보여주시고 계신 셈이다. 중학교 때 여자 기술 선생님은 당신의 특수한 상황을 통해 어린 남학생들에게 ‘남녀평등’의 뜻을 보여주셨다. 세계문화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교과서 밖의 야사를 통해 역사를 보는 새로운 눈을 열어주셨다. 그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혼쭐이 빠지게 매를 맞던 기억과 함께 맑은 미소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고마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요즘의 교육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공교육이 차지했던 자리를 사교육이 대체하고 있는 현실은 마치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그레샴의 법칙’을 연상하게 한다. 사교육 만능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의 입지를 약화시켜 공교육 붕괴를 현실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고등학교에 올라간 큰 아이의 진학상담을 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학생 하나 하나의 이름과 그 아이의 고민을 자상하게 다루시던 그 선생님이 면담 말미에 남긴 말씀이 떠오른다. “강북 지역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지다 보니 공교육만으로는 명문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꼭 아이를 큰 학원에 보내십시오.” 아이의 장래를 생각하며 사교육을 권하던 선생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얼마 후 접한 소식은 그 선생님이 교단을 떠나셨다는 것이었다. 박봉 때문에, 교육자를 홀대하는 현실 때문에 선생님으로서의 자부심을 유지하기 어려우셨던 것은 아닐까. ‘선생님’이라는 칭호를 받는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우리 주위에서 진정한 ‘선생님’이 사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보게 된다. /조영훈 증권부 차장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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