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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에 훈풍 조짐

최근 유럽연합(EU)의 경제 성장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같은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이미 짧은 리세션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 정부는 최근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유럽이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이 미국에서는 완만한 회복의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 당초 1.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던 올 2ㆍ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두 배에 달하는 수준(2.4%)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같은 통계는 다음 집계에서 3% 수준으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1995~1999년 클린턴 집권기와 같은 허니문 경제나 월가의 버블이 다시 재점화 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미 경제의 완만한 성장은 세계 경제가 오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캐나다, 멕시코와 같은 이웃국가의 경제가 미국 경제 성장에 상당부분 의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들뿐 아니라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의 수출 주도형 국가들 역시 그들의 최대 수출국인 미국 경제에 크게 의존해 왔다. 그렇다면 최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성장 조짐은 믿을만한 것일까. 이는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미국은 3.5%가 넘는 높은 경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을까. 다소 부정확한 과학인 경제학에서는 미래의 단기 트렌드를 예측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바로 최근의 경제 지표들을 바탕으로 추론하는 것이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빈곤층보다는 부유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자신의 감세안이 미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대국민 홍보에 나선바 있다. 이 문제를 놓고 금융 전문가들이나 대학 연구진, 싱크탱크, 월가의 트레이더들과 논의해본 결과 감세안이 순환 사이클을 보이고 있는 경기 안정에 제대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GDP가 크게 개선된 이유 중 하나는 이라크와 관련한 국방비 지출증가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비로소 투자자들의 심리가 호전되기 시작했기 때문. 90년대 말 거품 붕괴 이후 기업의 경영인들은 위험한 일에 나서는 것을 매우 꺼렸다. 그들은 이 같은 거품 자체가 과잉 생산을 만들어내 기업실적 개선 전망을 좀먹게 할 수 있음을 두려워했으며, 이 같은 두려움은 온당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투자회복이 그 동안 강한 개인 소비가 담당했던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있다면 매우 다행한 일이 될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3번에 걸쳐 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동안 미국의 가정들은 리파이낸싱에 나설 수 있었다. 리파이낸싱이 자동차 등에 대한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달마다 지불해야 하는 대출이자가 줄어들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출을 늘리고자 하는 유혹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신규대출을 받아 새 자동차를 마련하고 휴가를 즐길 수 있었던 것. 앞으로 다가올 경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경제학 박사 학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 더 이상 금리인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형태의 소비 촉진이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 경제가 향후 활발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앞서 한가지 더 유의해서 살펴볼 것이 있다. 사려 깊은 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의 높은 노동 생산성을 지목하며 향후 미 경제가 `소프트 패치(연약한 지반)`를 딛고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 노동성의 통계가 높은 생산성에도 불구, 여전히 소프트 패치 상태에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이는 기업들의 직원 해고가 더 신속하게,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나의 생각이다. 경제학에서 흔히 이뤄지는 실수는 장기적인 회복과 단기 회복을 혼동하는 것이다. 같은 수의 직원으로 더 많은 생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미국의 경제가 완전 고용수준으로 회복됐을 경우 생산 증가와 실질임금 향상을 얻어낼 수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볼 때 더 많은 직원들의 해고는 임금상승이나 생산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 경제에 불어오고 있는 훈풍은 향후 전망을 밝게 만들어주고 있다. 최근 일련의 회복 조짐들은 미국 경제가 평상 수준의 자발적인 성장 가속화를 촉발시킬 수 있다. 훌륭한 경제학자가 꼭 뛰어난 정치경제학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내년도 미국 대선과 총선에 대한 조심스러운 전망조차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경제 트렌드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 올 연말까지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으로 인해 2004년 대선에서 현직 부시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와는 달리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어도 50% 이상은 돼 보인다. <폴 새무얼슨 (美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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