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로터리/4월 20일] 프랑스와 사회안전망

권태균(조달청장)

세계에서 음식으로 가장 유명한 나라는 프랑스와 중국이다. 몇 년 전 파리에 근무하게 되면서 필자는 매일 먹게 될 프랑스 음식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기적으로 이용하게 된 직원용 카페의 음식은 정말 기대 이하였다. 인근에 근무하는 프랑스 샐러리맨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식당이라 값은 저렴했지만 도저히 입맛에 맞지 않았다. 나중에는 이왕 이렇게 된 것 다이어트나 하자는 심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버텼지만 말로만 듣던 프랑스 음식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오래된 교포에게 물어보니 두 가지로 설명을 해줬다. 첫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요리’를 말하는 것인데 한국에서도 매일 ‘요리’를 먹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것이었고 둘째는 프랑스인들은 저렴한 교육비와 은퇴 후의 연금소득을 기대하며 소득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고 있기 때문에 일을 하는 동안에는 생활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하기는 슈퍼마켓에서 프랑스인들이 사는 포도주는 우리 돈 만원을 잘 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오만원 이상 주고 사먹는 프랑스 포도주는 평균의 프랑스인은 잘 손대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젊어서 검소하게 사는 대가는 은퇴 후에 병원비 걱정, 연금걱정 거의 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정년을 연장해서 오래 근무하게 해달라고 데모를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단축된 근무시간과 정년연령을 다시 늘리려고 한다고 정부를 상대로 데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젊었을 때 절약한 덕을 하루라도 빨리 보려고 하는 데서 나오는 기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사회보장이 잘돼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암이나 심장병 같은 고가의 치료비용은 별도의 보험을 통해 해결하거나 중병에 걸릴 경우에 대비해 별도로 저축을 생각해야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자부담이 거의 없다. 프랑스도 자영업 식당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식당보다 손님이 없어도 여유로운 것을 보면 사회보장이 잘돼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최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사회안전망의 보강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제도보완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재정도 사회예산 쪽으로 보다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보다 나은 안전망과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서는 일을 하는 시기에 누릴 수 있는 생활 수준의 일정 부분을 노후를 위해 포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필요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