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10년 만에 단행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 증권 시장은 '오래된 악재'로 악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희망이 실현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속도와 폭, 3,50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만기 연장 여부 등에 따라 공포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모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이 13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및 투자전략팀장들을 상대로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을 종합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도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관련 문제는 주가에 적잖이 반영됐으며 외국인 자금 이탈도 어느 정도 마무리돼 미국이 금리를 올려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학습효과에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 회복을 나타내는 긍정적 의미도 있어 증시가 과도한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직후 증시가 큰 충격을 받지는 않더라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언급과 스탠스에 따라 강한 후폭풍이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는 만만치 않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5% 실업률은 거의 완전고용 수준이고 2% 중반의 성장률도 정상 이상의 수치로 이 같은 경제 상황에서 과거 기준금리가 4%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빠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증시가 공포에 휩싸이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연준의 국채 만기 연장 여부도 국내 증시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이 내년 2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3,500억달러가량의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고 상환하기로 하면 이는 달러 강세를 심화시켜 국내 증시에 추가 악재가 될 수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폭이 0.25%일지 0.5%일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만기 국채 연장 여부"라며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이에 관한 논의 결과는 연말 코스피 지수 상·하단을 최대 50포인트가량 다르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FOMC 이후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함께 중국 정부의 정책과 저유가 흐름, 신흥국 경기 회복 여부도 국내 증시에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요소로 꼽혔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해 중국이 금리나 부양 정책 등을 어떻게 제시할지가 관심사"라며 "유가 반등 여부와 신흥국 경기도 중요 변수"라고 말했다.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추세를 보이자 증권사들은 대체로 내년 증시가 올해처럼 부진할 것으로 봤다. 대우·한투·현대·교보·IBK·유진 등 6개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을 보면 최고가 2,250포인트, 최저는 1,700포인트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기업 이익 성장이 부진한 가운데 구조조정은 화두가 돼 내년에도 박스권 증시를 이어갈 것"이라며 "제조업 업황 악화, 금리 인상으로 내년 저점은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투자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며 현금을 두둑이 확보한 기업이나 구조조정에 수혜를 볼 수 있는 지주사를 주목하라는 조언이다. /김연하·김창영기자 kc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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