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온동물인 인간은 주변 온도와 관계없이 일정한 체온을 유지하며 지구상 어느 곳에서도 살 수 있다. 영하 40도에 육박하는 남극이든 영상 50도를 웃도는 사막이든 인간이 자유롭게 누빌 수 있는 것은 산소를 태워 체내에서 열을 발생시키거나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는 '항상성' 덕분이다.
하지만 인간의 항상성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체내의 한정된 에너지로는 극한의 상황에서 금세 체력이 다하기 때문. 패딩·부츠 등 보온용품이 발달하게 된 계기도 체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아웃도어 블랙야크가 최근 선보인 스마트웨어 '야크온H' 발열 재킷은 인간의 항상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과 연구의 결과다. 극한 지역 탐험가에겐 실험적인 제품이면서 일반인에게는 겨울 추위가 우스워질 수 있는 선물과도 같은 상품이다. 패딩 내부의 온도와 습도를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능을 갖춰 외부 온도와 관계없이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던 지난 토요일 '야크온H'를 입고 서울 서초구 양재천 산책에 나섰다. 이미 발열 기능을 위한 준비는 마친 상태. '야크온H' 전용 앱을 스마트폰에 깔고, 휴대용 장치를 패딩 안 주머니에 장착했다. 휴대용 장치의 전원을 켜고 블루투스로 연결하니 스마트폰에 현재 위치와 기온이 떴다. GPS 기능을 갖춘 덕분이다.
외부 온도는 9도로 표시됐지만 실험을 위해 패딩 온도를 40도에 맞췄다. 5분쯤 지나자 등에서 온기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10분 후에는 등쪽에 적용된 발열원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등 전체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걷기 시작한지 20여분이 지나자 너무 더워 견디기가 힘들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스마트제어' 모드를 이용해 '절전'을 선택하자 서서히 패딩 내부 온도가 낮아지며 결국 체온에 맞춰졌다. 얼굴과 손에 부딪히는 바람 때문에 외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몸통만은 계속해서 온도가 적당한 전기장판 속에 있는 듯했다.
시계 다이얼을 돌리듯 앱에서 온도나 습도를 마음대로 조절 가능한 점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다. 패딩 내부의 습도보다 높게 습도를 설정할 경우 "현재 의류 내 습도보다 높은 습도입니다"는 안내 메시지가 뜨고 패딩 내부 온도보다 낮게 온도를 지정할 때 역시 "현재 의류 내 온도보다 낮은 온도입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걸으며 팔을 크게 휘저어 보고 몸도 비틀어 봤지만 불편한 느낌을 받지 못했다. 부피감이 제법 있는 패딩임에도 전혀 무겁지 않아 활동하기에 편했다. 디자인도 사진으로 보는 것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 다크블루 색상이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인데다 캐주얼해서 트레이닝복부터 청바지·면바지 등 어떤 하의에도 어울릴 것 같았다.
한 시간 가량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느낀 아쉬움은 발열 안감이 등 일부에만 적용된 탓에 팔이나 몸통 앞부분은 상대적으로 따뜻함이 덜 하다는 것이었다. 가만히 서 있거나 등을 패딩에 밀착시키지 않고 움직일 경우 등에서 옷이 살짝 떨어지며 온기가 덜 느껴지기도 했다. 사용설명서 상에는 '파워 모드'로 최대 2시간 가량 발열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었지만 장시간 산행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총평을 하자면 국내 최초의 발열 재킷이라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으로, 추위에 2~3시간씩 대기해야 하는 직업 등인 경우 당장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청계산·관악산 등 비교적 단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산행이라면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배터리 용량 및 발열안감 확대 등이 이뤄지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극한 지역에서도 필수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희철기자 hcsh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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