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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믿고 서서히 가속 페달을 밟아보세요."
높이 1m에 45도 정도 비스듬히 기울어진 강철 구조물을 마주하자 브레이크를 밟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내년 초 출시를 앞둔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GLC'의 성능 체험을 하다 자칫 차가 옆으로 쏠려 전복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들었다. 앞바퀴가 강철 구조물 위로 올라가자 몸은 보조석으로 45도 기울어졌지만 차량은 마치 바닥을 움켜쥐는 듯 안정적인 느낌으로 구조물을 통과했다. 더 뉴 GLC에 장착된 멀티 챔버 에어 서스펜션 시스템은 4개의 바퀴의 접지 상태에 따라 굴림을 조절해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이달 초 전북 무주 덕유산 리조트에서 진행된 '벤츠 SUV 익스피리언스' 행사에서는 강력한 주행성능과 첨단 기능, 고급스러움으로 무장한 벤츠의 다양한 SUV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었다.
수입 SUV 시장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레저용 차량(RV) 열풍에 각 브랜드별로 자존심 대결이 한창이다. X시리즈를 보유한 전통의 강호 BMW와 콰트로(사륜구동)로 잘 알려진 아우디, SUV 전문 브랜드인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에 강점이 있는 지프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사보다 비교적 SUV 라인업이 약하다고 평가받아온 벤츠는 이런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에 더해 험로와 눈길도 거침없이 주행할 수 있는 강력한 성능을 무기로 내세웠다.
벤츠는 우선 SUV 라인업을 전면 재정비했다. M클래스와 GL 등으로 섞여 있던 이름부터 통일했다. SUV 차량 이름에는 'GL'을 붙였고 세단처럼 차명 마지막 글자는 차급을 나타내는 알파벳을 넣었다. 소형 SUV는 'GLA', 중형 SUV는 'GLC', 대형 SUV는 'GLE'로 개편했다. 대형 럭셔리 SUV는 고급 세단 S클래스와 같은 'GLS'로 지었다. 여기에 럭셔리 오프로더 'G-바겐(G클래스)'을 추가해 소형 SUV에서 오프로더까지 다른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힘든 풀 라인업을 갖췄다.
이번 행사에서 직접 시승해 본 벤츠의 SUV 차량들은 예전과 달라진 점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내년 초 출시 예정인 더 뉴 GLC와 더 뉴 GLE가 국내 최초로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가장 인상적인 차는 더 뉴 GLE였다. 더 뉴 GLE 350d 4매틱 차량은 덕유산으로 오르는 눈덮힌 구불구불한 산길에서도 세단 못지않은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차체가 큰 편이지만 곡선 길에서 뒤뚱거리거나 차가 한쪽으로 쏠린다는 느낌이 없었다. 디젤차 특유의 소음과 진동도 차문을 열고 내려야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럭셔리 오프로더 G바겐은 오르막 60도, 내리막 80도로 연출된 높이 5m의 흙더미도 어려움 없이 올랐다. 특히 일반차라면 전복됐을 2m 깊이의 흙구덩이에서도 4개의 바퀴가 상황에 따라 움직이며 험로를 빠져나왔다. SUV라기보다는 전쟁터를 누비는 전차라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벤츠는 내년 초 더 뉴 GLC와 더 뉴 GLE를 출시하고 하반기에는 GLS와 GLC 쿠페를 연이어 선보여 SUV 시장에서도 맹주가 되겠다는 각오다. 이달 부터 전국 스키장 등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SUV 라인업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은 "벤츠 판매 차종 중 7%인 SUV 비율을 내년 두 배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무주=강도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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