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표는 2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최고위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통해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문·안·박 연대는 전체 단합의 출발이 될 것이고 시급한 혁신의 동력이 될 것”이라며 “그 이상의 방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승용 최고위원은 바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지도부의 한사람으로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을 자제하려고 노력해왔다”며 “문 대표의 언행을 접하고 말을 안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표가 광주 조선대 특강에서 비주류를 겨냥 “저를 흔드시는 분들은 하위 20% 물갈이 평가를 두려워하는 분들”이라고 발언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이어 “문 대표는 선출직 최고위원회의를 대표 혼자 마음대로 문 닫겠다는 것”이냐며 “대표를 따르면 선한 사람, 비판하면 악한 사람이라는 권위주의적 발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 최고위원은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서도 “박 시장이 나서게 되면 시장의 선거개입 논란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제기될 것”이라며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할 수 있는 비단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문 대표가 최고위와 사전협의 없이 문·안·박을 제안했다”는 주 최고위원 지적에 동감하면서도 문 대표의 구상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문·안·박 연대가 당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세 분의 대권 지지율을 합하면 어떤 새누리당 후부도 누를 수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의 운명이 풍전등화인데 내부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남는 것은 공멸”이라며 “4번 타자 이대호가 9회 말 역전타를 터트렸듯 문·안·박이 그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최고위원은 문·안·박 연대의 방법으로 “안 전 대표가 말한 당 ‘수권비전위원회’의 형식으로 문·안·박 지도체제가 구성돼야 한다”며 “‘수권비전위원회’의 경우 박 시장이 참석해도 선거법 위반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 대한 발언을 하지 않았고 유승희 최고위원도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할 뿐 문 대표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았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문 대표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최고위 자체를 불참했다. 당 관계자는 “예상보다 조용히 넘어갔다”며 “문 대표에게 서운하셨겠지만 문·안·박 연대보다 더 강력한 제안을 내놓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박형윤기자mani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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