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신화를 일궈온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가 대기업 지분 투자에도 성공하며 또 한 차례 '투자 신화'를 썼다. 스틱은 국내 최대 방산업체 중 하나인 LIG넥스원 지분 5%를 지난 14일 장 마감 후 성공적으로 처분하며 3년 만에 투자원금의 2배가 넘는 2,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스틱의 지분 대량 매각이 낮은 할인율로 주목받으면서 LIG넥스원 주가가 15일 오히려 상승하는 데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은 14일 장 마감 후 LIG넥스원 보유 지분 7.95% 중 5%(110만주)를 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하는 데 성공했다. 주당 매매 가격은 14일 종가(11만4,500원)에 3.9% 할인율을 적용한 11만원으로 스틱은 이번 블록딜만으로 1,210억원을 챙겼다. 이번 딜에는 해외 국부펀드와 장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국내 기관들이 대거 참여해 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경쟁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전날 지분 대량 매도 이슈에도 LIG넥스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주가가 2,500원(2.18%) 오르며 1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스틱은 지난해 LIG넥스원 상장에 따른 구주 매출에 이어 이번 블록딜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해 투자 원금 대비 두 배 넘는 수익을 거두게 됐다. 앞서 스틱은 2013년 초 '코에프씨스틱 그로쓰챔프 2010의 제2호' 사모펀드(PEF)를 통해 LIG넥스원 지분 17.5%(350만주)를 1,50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LIG넥스원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보유 지분의 절반인 175만주(8.75%)를 공모가(7만6,000원)에 매각하며 투자원금에 육박하는 1,330억원을 회수한 스틱은 이번 블록딜로 1,210억원을 추가로 거머쥐었다. 여기에 스틱이 보유하고 있는 LIG넥스원 잔여 지분 75만주(3.40%)를 이날 종가(11만7,000원) 안팎에서 처분한다고 하면 총 투자 회수금이 3,400억원대에 달하며 2,000억원가량의 수익을 남기게 된다.
스틱이 LIG넥스원 투자금 회수에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며 서서히 지분을 털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스틱 보유 지분(3.40%)을 포함해 KB자산운용·대신 PE·동부증권·흥국자산운용·아주IB 등 FI가 보유 중인 LIG넥스원 지분은 총 380만주(17%)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틱이 이번 지분매각에 성공해 일부 FI들은 'LIG넥스원 지분을 12만원선에서도 충분히 매각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LIG넥스원의 올해 수주 및 실적 전망이 밝아 FI들의 지분매각이 주가를 떨어뜨릴 경우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을 것을 권하고 있다. 강태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LIG넥스원의 수주 잔액은 전년(4조5,000억원) 대비 33% 증가한 6조원을 예상한다"며 "올해 매출도 지난해보다 11.3% 증가한 2조원, 영업이익은 24.8% 늘어난 1,6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돼 FI의 지분 출회로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지민구·박준석기자 pj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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