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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꽃과 새의 그림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을까요?"

26일 강서도서관서 김예진 박사의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

중장년층 화조영모화에 숨은 의미와 감상법 배워

지난 26일 강서도서관에는 고전인문아카데미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을 듣기 위해 중장년층들이 강의실을 가득 메웠다./사진=백상경제연구원




“꽃과 새 그리고 동물이 등장하는 화조영모화는 복을 부르는 상서로운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를테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말은 훌륭한 관리를 뜻하니 충성스러운 신하를 위한 선물로 안성맞춤이겠지요. 또 용과 호랑이는 힘과 권력을 연꽃과 해오라기는 과거급제를 상징하고 나비는 장수를 기원하는 그림이랍니다.”

지난 26일 늦은 7시 강서도서관에서 열린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강좌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을 맡은 김예진(사진) 박사(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화조영모화-꽃과 새에 담긴 뜻’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과 본지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 운영하고 KT가 후원하는 청소년과 시민들을 위한 고전 인문 아카데미로 올해 3회째다.

김 박사는 조선시대를 전기·중기·후기· 말기로 구분, 각 시대별로 대표 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특징을 소개했다.

조선전기(1392년~약 1550년)의 대표작가로 그는 세종의 넷째 아들인 임영대군의 증손 이암을 꼽았다. ‘모견도(母犬圖)’ ‘가응도(架鷹圖)’ 등의 그림을 남긴 이암은 특히 강아지 그림을 잘 그리기로 유명하다.

“이암은 왕실의 후손답게 화원의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특히 형태를 간략하게 그려나가는 몰골법으로 동물을 그렸던 이암은 조선시대 동물 그림의 전형을 마련했다는 평가받고 있어요. 그의 그림은 시적이고 따뜻하면서 소담하다는 느낌이 들지요. 조선전기에는 문인화가들이 많았는데 공부하는 사람답게 자신의 생각을 동물에 비유해서 그리는 작품을 흔히 볼 수 있어요.”

조선 중기(약 1550년~약 1700년)에는 ‘황우도(黃牛圖)’ 등 소 그림을 잘 그린 김시, ‘노수서작도(老樹捿鵲圖)’ 등 까치 그림으로 유명한 조속 등이 있다.

“조선 중기에는 수묵으로만 담백하게 표현된 그림이 특징인데요. 깔끔하고 담백한 아름다움을 미덕으로 여긴 유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소 그림을 잘 그린 김식의 작품은 지금 봐도 나무랄 데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죠.”



조선 후기(약 1700년~약 1850년)를 대표하는 작가로는 ‘묘작도(猫雀圖)’ 등 고양이를 잘 그린 변상벽,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김홍도, 정선 등이 있다.

“조선후기에는 중국을 통해 전해진 서양화법이 화풍에 반영되기 시작해요. 이 시대에는 화원출신의 천재화가 김홍도, 실경산수화를 개척해 나간 정선, 고양이의 터럭 한 올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했던 변상벽, 그리고 사대부의 집안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그림을 그려 생계를 꾸려나갔던 심사정 등 유명 작가들이 등장합니다. 화조영모도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시기이기도 하지요.”

조선 말기(약 1850년~1910년)에는 나비를 관찰하고 연구해서 그릴 정도로 정교하게 묘사해 남나비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던 남계우, 일자 무식이었으나 그림 솜씨 하나는 뛰어났던 장승업 등이 있다.

“조선 말기에는 산수화보다 더 많이 등장했던 작품이 화조영모화입니다. 중국과의 교역으로 돈을 벌어들인 상인계층, 중인 등으로 그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장식적이고 길상적인 그림이 활발하게 제작되고 이때부터 화방을 통해 그림이 본격적으로 거래됐어요.”

강의는 두 시간 동안 쉼 없이 줄곧 진지하게 진행됐다. 이날 강의에는 대부분 50~60대 중장년층들이 참석해 우리 그림에 숨겨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감상법을 음미해 나갔다. 정년퇴직 후 인문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60대 한 시민은 “우리 그림에 대해 처음 배운다. 강의가 흥미롭고 우리 선조들의 생각이 담겨있는 그림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이제 미술관에 들러 본격적으로 우리 그림을 감상하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며 강의를 신청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강좌는 총 5회로 1강 산수화-왜 산을 그리는가, 2강 화조영모화-꽃과 새에 담긴 뜻, 3강 초상화-회화의 사실성이란, 4강 궁중기록화-궁중행사의 위엄과 멋, 5강 민화-그림에 깃든 소망 등으로 구성됐다.

한편, 올해 3회째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은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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