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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모세혈관 소공인 살리자] "그 많던 일감 어디로… " 생계도 버거운 골목匠人들

값싼 해외부품·힘든 일 기피에 소공인 집적지 '동네공장' 급감

수십년 기술 노하우도 사라질판

소공인 기획1
21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기계·금속업종 집적지의 한 공장에서 소공인이 산소 절단기로 철판을 자르고 있다. /권욱기자

지난 1980년대만 해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소공인집적단지는 직원들이 기계마다 매달려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일감이 차고 넘쳤다. 업체마다 주문을 받고 잡무를 처리하는 경리직원을 뒀다. 작업장이 깔끔하지는 않았지만 주문도 많았고 수입도 쏠쏠해 살 맛이 났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지금은 완전 딴판이다. 값싼 해외 부품이 범람하는데다 3D업종 기피현상까지 겹쳐 그 많던 소공인들이 하나둘 떠나며 문래동은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변했다. 40년 경력의 문래동 소공인 안승문(65) 재연기계 대표는 "한창 잘나갈 때와 비교하면 벌이가 4분의1밖에 되지 않아 월세조차 못 내는 업체가 수두룩하다"며 "그나마 나는 자동기계가 못하는 기술을 특화해 살아남았지만 그렇지 못한 동료들은 모두 문래동을 등졌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제조업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동네 공장들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 21일 서울지역 소공인특화지역센터에 따르면 영등포구 문래동(기계금속)과 종로구 창신동(의류봉제), 성동구 성수동(수제화), 종로구 종로(귀금속) 등 대부분의 소공인집적지에서 사업을 하는 업체는 1970~1990년대 전성기에 비해 절반이나 줄었다. 문래동의 경우 1980~1990년대 성장기에는 2,000여개 업체가 모여 있었지만 현재는 1,300여개만 남았고 창신동 역시 1970~1980년대에 비하면 3분의1 수준인 890여개 업체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소공인의 위기는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소공인은 특정 기술 분야에 특화돼 있어 이들이 무너질 경우 연관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국내 제조기반이 붕괴하면서 소공인과 높은 연계성을 가진 산업 전체에 동맥경화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국내 산업현장에서는 해당 기술을 가진 소공인을 찾지 못해 제조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허다하다. 국내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구매부장은 "설비에 들어가는 특수부품을 만들려고 적당한 소공인을 찾으려 하지만 대다수 업체가 사업을 그만둬 (기술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최근에는 국내보다 동남아시아에서 싼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있어 웬만한 부품은 해외 발주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공인의 일감이 중국이나 동남아 등 해외로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술강국인 독일의 경우 제조 인프라 구축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힘입어 기술만 있으면 규모와 관계없이 성장 가능한 토양이 마련돼 있다. 미국도 제조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불과하지만 양질의 일자리 확보를 위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분위기다.

반면 국내는 땜질식 지원정책과 시장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폐쇄적인 구조, 이에 따른 소공인의 성장의욕 저하로 소공인 집적지인 동네 공장이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를 졸업하고도 제조업계로 유입되는 인력 역시 점점 줄어들면서 수십년간 쌓아 온 제조 노하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기술창업은 자영업보다 생존율은 높지만 사회적 인식 부족과 기술습득의 접근성 문제로 외면받고 있다. 소공인 정책 전문가인 전순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공인이 가진 산업적인 잠재력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평가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소공인 생태계를 하루빨리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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