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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한달 남은 ISA 잘될까… 빠르게 번지는 회의론

5년 의무가입·수수료 부담으로 고객 외면 가능성

일정소득 있어야 가입 가능… "설익은 상품" 비판도

준비기간 부족에 내달 14일 시장에 나올지도 의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한 달여 앞두고 시중은행들 사이에서 ISA의 성공에 대한 회의론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5년 의무가입기간이라는 장벽 외에 신탁법에 따른 갖가지 수수료 부담 등으로 지난해 말 일몰된 재형저축이나 소장펀드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목적 때문에 은행원과 고객이 모두 외면하는 설익은 상품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ISA로 들어온 예·적금에 얼마만큼의 신탁수수료를 매길지 여부를 고심 중이다. 현행 신탁법에 따르면 은행들은 ISA를 개설한 고객이 예·적금에 가입하려고 하면 자행 상품이 아닌 타행 상품을 권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고객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은 물론이며 예·적금을 타행에 맡겨야 해 0.4% 정도 되는 신탁수수료까지 고객이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구조 탓에 고객이 ISA에 가입했을 때 세제혜택보다 신탁수수료로 인한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연 2% 정기예금 상품에 ISA를 통해 불입할 경우 이자(20만원)에 따른 이자소득세(15.4%) 면제 혜택이 3만원 남짓에 불과하지만 ISA 신탁 수수료는 4만원에 달한다. ISA를 통해 예·적금을 가입할 경우 되려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몇몇 은행들은 ISA를 통한 예·적금 가입시 신탁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수수료가 세제 혜택보다 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누가 ISA에 가입하려 하겠느냐"며 "ISA를 통한 예·적금 가입시 수수료를 최저로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ISA를 통해 예·적금으로 받은 돈을 은행 간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ISA를 통한 일정액의 신탁수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예·적금 유치의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ISA를 통한 펀드나 파생상품 권유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최근 은행들은 계속되는 저금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이자수익을 높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특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펀드나 파생상품은 1%가 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은행들이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관련 파생상품 가입자들의 원금 손실이 현재진행형인 상황에서 ISA를 통한 유사 사례가 몇 년 안에 재발할 수 있는 셈이다.

충분하지 못한 준비기간으로 인해 다음달 14일 ISA가 정상적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개인고객부 관계자는 "사실상 관련 가이드라인이 지난해 12월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석 달 만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해야 해 직원들이 계속해서 밤샘을 하고 있다"며 "수십명이 ISA시스템 구축에 매달리고 있지만 기한을 맞출지 장담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영업 현장의 목소리는 한층 차갑다. 몇몇 은행은 직원들에게 예약리스트 작성을 요구하고 사전 예약금을 받도록 하는 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직원들은 마땅히 가입을 권유할 대상이 없다며 시큰둥한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5년간 돈이 묶이는데다 일정 소득이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한 상품이어서 고객들에게 금리 혜택을 준다며 사전가입을 권하는 것 자체가 민망하다"며 "기존 적금이나 보험을 깨는 서민이 늘어나는 형편에 ISA가 누굴 위한 상품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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