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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델파이 등과 손잡고 자동차부품을 생산해 이란 최대 자동차 기업인 이란코드로에 납품하고 있는 무하마드 록니안(사진) 파트사잔인베스트그룹(PSIG) 자동차 부문 사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이란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록니안 사장은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찾을 정도로 이란 내에서도 손꼽히는 지한파(知韓派) 기업인이다.
록니안 사장은 먼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이 이란 개척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란 수입차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한 큰손이지만 앞으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실 한국의 자동차 산업과 이란은 과거 각별한 관계를 맺었던 사이다. 지난 2011년까지 한국의 대(對)이란 10대 수출품 중 하나가 자동차였고 이란의 자동차 회사인 사이파는 1993년 기아차의 프라이드 생산라인을 인수해 지금도 '사바'라는 이름을 달아 생산하고 있다. 차를 타고 테헤란 시내를 달려보면 석 대 중 한 대꼴로 현대·기아자동차 로고를 찾아볼 수 있다. 록니안 사장은 "이란코드로가 독일 폭스바겐 또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합작을 검토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지키기 위해 바짝 긴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중국 자동차 기업이 현대·기아차의 최대 적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 자동차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성능이 빼어나 이란 시장을 장악했지만 이보다 훨씬 가격이 싼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한국 기업들이 '제2의 프라이드'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이 이란 현지 업체와 손잡으면서 기술 이전에 소극적인 모습도 장기적으로 상호 신뢰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록니안 사장의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일부 자동차부품 업체들과는 벌써 10년 넘게 협력관계를 맺고 있지만 기술 이전에는 끝까지 냉담한 경우가 많았다"며 "경제제재 해제 이후 진정한 파트너로 거듭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테헤란=서일범기자 squiz@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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