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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프랑스혁명, 사이비 과학에 큰 영향 받았다"

■ 혁명 전야의 최면술사

로버트 단턴 지음, 알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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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첫 문장은 "프랑스혁명 전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그의 저작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참담한 실패를 기록한 사실"로 시작한다. '사회계약론'이 프랑스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된 것, 아니었던가?

의문을 품고 읽게 되는 이 책은 인간 이성의 극적인 승리로 평가받는 '프랑스혁명'이 실상은 '메스머주의'라는 일종의 사이비 과학에 큰 영향을 받았음을 일깨운다.

저자는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하버드대 교수이자 도서관장으로 재직 중인 '책의 역사가'다. 저술 목적을 "혁명 전야에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검토하는 일"이라고 서문에서 분명히 밝힌 저자는 프랑스혁명 당시의 학술 관련 정기간행물과 팸플릿, 대중가요와 풍자화, 현지와 일기, 경찰기록, 클럽의 집회기록 같은 것들을 샅샅이 뒤졌다.

책의 중심축은 독일의 의학자 안톤 메스머가 창안한 '메스머주의'다. 1778년 2월 파리에 도착한 메스머는 모든 물체의 주변에 '메스머 유체(流體)'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를 매개로 중력이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이 유체를 활용해 병을 치료하고 원격 교신도 보여준 메스머는 특히 '최면'을 유도한 공개 치료로 인기를 끌었다. 반면 학문적 검증을 통과할 수 없었던 메스머주의를 학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메스머에 열광하던 대중은 이를 음모론적으로 해석했고 메스머주의에 박해받는 순교자의 이미지를 덧씌웠다. 메스머주의에 대한 부당한 외면을 목격한 대중은 구체제의 모순에 분노했다. 귀족들이 어리석은 관습에 의해 메스머 유체와의 연결이 끊기고 그래서 신체적·도덕적 힘을 잃었다는 주장도 큰 지지를 받으며 퍼져 나갔다.



저자의 관심은 혁명 당시 유행한 사이비 과학 자체에 머무르지 않고 "혁명 전 프랑스에서 급진적인 관념들이 어떻게 유포되었는지를 이해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고 짚어준다. 엘리트층도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정치 논문인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어떻게 여과돼 읽고 쓸 줄도 모르는 이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혁명의 바람에 올라탈 수 있었을까? 실제 당대의 급진주의자들은 메스머주의라는 유행을 수단 삼아 교묘하게 자신들의 사상을 전달했다. 그렇지만 평가를 기대했던 '훗날의 역사'는 엄연히 혁명적 사상이던 메스머주의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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