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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AI와 일자리의 미래, 마냥 낙관만 할 수 있을까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세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에 승리하면서 인류 사회가 충격을 받고 있다. 13일 이세돌 9단이 비록 1승을 거뒀지만 많은 사람들이 인류사회가 마침내 '특이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시할 정도다. AI가 머지않아 인간의 두뇌를 넘어서면서 고급 두뇌들의 일자리마저 대체할 것이 아니냐는 당혹감이다.

과연 AI 쇼크는 우리들의 미래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현재로서는 AI의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 충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측과 지난 제1차 기계혁명에서 보듯 산업 현장에서 일시적 혼란이 벌어질 수는 있어도 오히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새로운 일자리들이 더 많이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후자의 낙관론자들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흔히 거론하는 게 일종의 '외삽법(外揷法)'이다. 외삽법은 과거에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전제 아래 미래 시점의 상황을 예측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이는 별다른 통계적 도움이 없을 때 의존하는 희망적 사고일 뿐 현실에서 그대로 반복되리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제1차 산업혁명은 흔히 기계혁명으로 불린다. 증기기관 등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장 노동자들은 이들 기계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 데 격분해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다행히도 이런 대규모 사회적 격변과 소요 가능성을 종식시킨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교육은 기술혁명 시대에 걸맞은 노동능력을 공급하는 데 결정적 해답을 제공한 주인공이다. 당시의 기술혁명은 내연기관 발명 및 관련 기술 발전을 초래하면서 수만 년간 이어져온 인간이나 가축의 힘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이에 적응하지 못한 노동자 계급이 탈락하거나 저항하기도 했으나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사회가 국가 차원의 교육 시스템을 도입해 '국민교육'에 나섰고 새로운 노동수요에 대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교육받은 노동자들은 사회의 기술진보를 따라갈 수 있었고 이들이 얻은 새로운 소득은 다시 재화·서비스의 추가 수요를 창출해냈다. 국민교육이 기술과 실업(失業) 간 괴리를 해소하는 밑받침이 된 것이다.

외삽법은 바로 이런 적응과정이 제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AI의 출현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라고 예시해준다. 하지만 이들은 AI와 기계혁명의 차이점을 간과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기계혁명은 앞서도 설명했듯이 인간이나 가축의 힘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교육을 통해 두뇌 산업을 개척했고 또다시 엄청난 산업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했다. 반면 AI는 인간의 힘이 아니라 두뇌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그럼 인류는 두뇌 다음으로 어떤 새로운 기능을 개척할 수 있을까. 바로 여기에 문제의 초점을 맞출 경우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AI는 인간의 직업 가운데서도 특히 의사·변호사·회계사 등 고급 전문인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IBM이 개발한 의료 프로그램 '왓슨'은 수백만 편의 의학논문을 검색해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미국 종양학회에 따르면 진단 성공률이 80%를 넘는다. 자기학습과 종합적 판단력에서 일반 의사를 월등히 능가하고 있다. 모든 법률 내용과 역사적 판례를 학습한 AI는 수십 명의 변호사들이 며칠 밤을 새우며 찾아내야 할 방대한 자료를 순식간에 제공해준다. 최근에는 인간의 마지막 비경(秘境)인 창의성이나 감성 영역에까지 AI들이 진출하고 있다. 최고의 요리 레시피를 담고 있는 AI 요리사 '왓슨'이 등장했고 앞으로는 역사상 모든 작곡가가 발표해놓은 최고의 작곡들을 모조리 암기한데다 자기학습까지 가능한 AI 음악 프로그램이 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최상의 음악을 쏟아낼 것이다.

이들 직종이 어떤 것들인가. 국가가 아무리 전면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하면서 힘을 기울인다고 해도 이들 전문직은 아무에게나 자신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그만큼 소수의 고급 두뇌들에게만 허용된 직종인 것이다. 그런데 AI는 바로 이들의 일자리를 넘보고 있다. 과거처럼 국민교육으로나 해결될 사태가 아님을 한눈에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2050년에는 70억명이 밥만 축내는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조선일보 3월12일자)"고 예언했다. 물론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대 문명이 과연 이에 충분한 반론을 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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