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실둥실- 신현정 作
봄에 들판에 나와 풀을 뜯고 있는 염소의 뿔에
풍선이라도 달아
염소를 하늘에 둥실둥실 뜨게 하자
하늘에 염소들이 둥실둥실
염소들이 흰구름도 올라타고 흰구름에 누우며
흰구름에 걸터앉아
담배도 태우며
음메에 음메에
그래 하늘 위에서 쩌렁쩌렁 호령하는 하나님의 음성도
깜쪽같이 음메에로 변조시키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란 오직 음메에 음메에 뿐으로 하자
한나절만이라도 염소들이 하나님하게 하자.
그거 좋겠다. 염소가 무사히 풀밭에 돌아오면 코끼리도 풍선에 달아 둥실둥실 뜨게 하자. 코끼리도 무사히 돌아오면, 오래도록 지상에 가라앉아 있던 눅눅한 어둠들을 매달자. 저마다 크고 작은 근심과 걱정과 아픔과 슬픔의 바윗돌에 짓눌려 있던 순하고 약한 것들을 차례로 풍선에 매달자. 한나절만이라도 바닥이 하늘이고 하늘이 바닥이 되게 하자.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의 하늘인 것을 잊지 않게 하자. <시인 반칠환>
봄에 들판에 나와 풀을 뜯고 있는 염소의 뿔에
풍선이라도 달아
염소를 하늘에 둥실둥실 뜨게 하자
하늘에 염소들이 둥실둥실
염소들이 흰구름도 올라타고 흰구름에 누우며
흰구름에 걸터앉아
담배도 태우며
음메에 음메에
그래 하늘 위에서 쩌렁쩌렁 호령하는 하나님의 음성도
깜쪽같이 음메에로 변조시키고
하늘에서 들려오는 소리란 오직 음메에 음메에 뿐으로 하자
한나절만이라도 염소들이 하나님하게 하자.
그거 좋겠다. 염소가 무사히 풀밭에 돌아오면 코끼리도 풍선에 달아 둥실둥실 뜨게 하자. 코끼리도 무사히 돌아오면, 오래도록 지상에 가라앉아 있던 눅눅한 어둠들을 매달자. 저마다 크고 작은 근심과 걱정과 아픔과 슬픔의 바윗돌에 짓눌려 있던 순하고 약한 것들을 차례로 풍선에 매달자. 한나절만이라도 바닥이 하늘이고 하늘이 바닥이 되게 하자. 그리하여 서로가 서로의 하늘인 것을 잊지 않게 하자.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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