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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전기료 인하 - 반대

신에너지 육성 재원 등 큰 그림서 접근을

전기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2013년 인상 이후 3년만에 다시 불거졌다.

대규모 전력설비 투자와 저유가 지속으로 전력 원가가 크게 떨어지자 산업계가 정부에 산업용 전기료 인하와 요금 체제 개편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3월 전경련·중소기업중앙회·중견기업연합회와 22개 업종별 기업단체들이 장기불황 여파로 국내 기업이 어려운 만큼 원가절감을 위해 최근 10년간 70%이상 오른 전기료를 낮춰달라고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서를 제출했다. 전기료 인하 찬성측은 요금인하가 곧바로 수출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측은 국내 전기요금이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높지 않고 에너지 신산업 육성및 투자를 늘려야 되는 상황과 일단 요금을 내리면 올리기는 더 어렵다는 점에서 가격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전력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 13조4,000억원(연결기준)을 기록하자 산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요금 인하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근시안적으로 전기요금을 인하할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미래 세대를 위해 전력산업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시기다.

사실 한전 당기순이익의 실상을 살펴보면 본사부지 매각금액 10조5,000억원이 반영된 일회성 반짝 실적이다. 한전이 유가의 장기 급등 국면이었던 지난 5년간 크게 증가한 부채를 상환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에너지 신산업 등 투자 확대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요금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신산업 분야는 신재생에너지·에너지저장장치(ESS)·전기차 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런 에너지 신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중국·일본·미국 등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전력산업의 맏형인 한전이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국가 전체에 미치는 이득도 상당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전기요금 인하라는 미봉책보다 전력 관련 분야의 투자 확대가 국가의 미래 이익을 도모하는 방안이라 본다.

또 전기요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료 가격 및 환율 등 외생변수의 불확실성이 많아 전기요금 조정은 한 해의 이익이 아닌 미래 여건을 고려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울러 ‘파리 협정’ 채택으로 전 세계가 동참하는 신기후체제 출범에 따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오는 2030년 온실가스배출전망치(BAU) 대비 37%로 결정됐고 산업계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부담분을 전력 부문으로 조정함으로써 전력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전력 부문에서 배출권 확보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러한 각종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 주택용 등에 비해 전기요금이 많이 인상됐다는 이유로 산업용에 대한 요금 인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산업계는 제조업의 수출 및 경쟁력 지원을 위해 매우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혜택을 봐왔다. 산업용 요금 인상은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일 뿐이다. 이제는 산업계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편에 속하는 전기요금의 인하 요구보다 경영·기술혁신 등을 통한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기요금 인하는 국가 전체의 전원 믹스 개선 측면에서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는 값싼 원자력과 석탄 화력의 발전량이 많은 것이 전기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는 근간이 되고 있지만 향후 환경친화적 발전원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석탄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신재생 발전 등으로의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전원 믹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부담 증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신재생 확대 등 환경비용 증가에 따라 최근 10년간 전기요금이 약 2~3배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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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기요금을 내릴 때 불합리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는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도 전기요금이 싸다 보니 일부 농가에서는 농작물 재배 등에 기름 보일러 대신 전기 보일러로 바꿔 전기를 사용하는 등 대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농사용 전기 사용량이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다. 또 학교·가정·상업시설 등에서도 겨울철 난방을 유류나 가스 대신 전기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 2009년 이후 겨울철에 계속 발생하고 있는 전력계통 피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2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비효율적 전력 대체 소비 등에 따라 유류·가스 등을 2차 에너지인 전기로 바꾸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등으로 연간 약 1조3,000억원이 낭비된다고 한다.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 유도를 위해 국가적으로도 전기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용도별 전기요금 체계에서 벗어나 전력 원가에 보다 충실한 전압별 요금 체계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전압별 요금제가 도입되면 요금 인하 등 사회적 논란도 최소화시키고 계약종별 간 요금 부담 형평성은 물론 미래에 급증할 환경비용 부담에 대한 적응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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