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서울·경기 등 주요 접전지를 제쳐놓고 대구를 직접 찾아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최근 최경환 의원을 필두로 한 ‘석고대죄’에 이은 읍소정치의 일환으로 당 지도부가 연일 몸을 낮추며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 고향인 대구 사수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총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민심은 여전히 ‘진박(眞朴)’과 ‘유승민’ 사이에서 격렬하게 맞부딪히는 모습이다.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8일 오전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오후2시30분까지 추경호·양명모·이인선·정종섭 등 진박 후보들의 지역구를 순회하며 지원유세를 펼쳤다. 서청원 최고위원의 옆에는 인지도가 높은 친박 인사인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함께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류성걸 의원 등에 대해 “친박연대와 같은 일방적 피해자가 아니며 오히려 피해자는 박근혜 정부이고 새누리 당원이며 국민이다”라며 “억울한 것이 있다면 갑자기 가해자가 돼버린 박근혜 대통령이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질 일”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대구가 분열하면 수도권도, 전국 민심도 분열해 과반 의석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정부의 산파 역할을 한 대구시민이 나서야 한다”고 읍소했다.
친박계 실세들이 만사를 제쳐 두고 대구로 달려온 것은 ‘박근혜 마케팅’으로 대구를 구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지난 7일 전국 판세를 분석한 결과 12석이 걸린 대구에서 새누리당의 우세 지역으로 확실히 분류할 수 있는 곳은 5개 지역구뿐이었다.
이날 서청원 최고위원이 목소리를 높인 때와 비슷한 시각 대구 북구의 경북대 앞에서는 사전투표를 함께한 유승민·류성걸·권은희 등 무소속 후보 3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맞불 공세에 한창이었다. 권은희 의원은 “(진박 후보들의 석고대죄는) 선거 때마다 하는 쇼”라고 평가절하했고 유승민 의원도 “진박의 말이나 행동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는 시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꾸짖었다.
이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찾은 대구는 계파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당사자들만큼이나 첨예하게 엇갈리는 민심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택시를 운전하는 김영환(51)씨는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캤는데 유승민이가 좀 컸다고 대들다가 저레 돼뿐 거 아이가”라며 “요번에는 대통령 사람으로 싹 바꿔가꼬 제대로 함 해봐야지”라고 기대했다.
반면 잡화점 상인인 한두진(43)씨는 “대구를 ‘졸(卒)’로 보는교”라고 되물은 뒤 “인자 새누리당이라고 무조건 찍는 짓은 안 한다카이. 요번에 야당이 많이 당선될 낍니더”라고 자신했다. /대구=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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