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해당 행위의 불법성을 법정에서 입증하더라도 옥시의 기존 법인은 이미 청산돼 형사책임을 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다국적 기업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옥시는 지난 2011년 12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조직을 변경해 설립 등기를 했다. 당시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의 임산부·영유아 폐 손상 유발과 관련한 중간 실험 결과를 발표한 때로 제품수거 명령이 발동되는 등 파문이 확산하던 시기다. 조직변경은 법인 격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다른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다. 옥시는 조직변경을 통해 기존 법인을 해산하고 완전히 다른 법인을 신설하면서 주주와 사원·재산·상호는 그대로 남겨뒀다. 사실상 같은 목적과 성격의 법인이지만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바꾼 셈이다. 유한회사의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파산 시 주주와 사원 책임이 제한되는데다 외부감사와 각종 공시 의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피고인인 법인이 존속하지 않을 때 공소기각 결정을 하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328조에 따라 법인의 처벌을 면하고자 옥시가 조직변경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이철희 형사2부장)은 조만간 옥시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법인의 고의 청산 여부와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증거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한편 옥시는 영국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가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 옥시 생활용품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옥시는 문제가 된 PHGM 인산염 성분이 든 살균제(옥시싹싹 가습기 당번)를 제조·판매해 2011년 11월 수거 명령이 날 때까지 10년간 시장점유율 1위를 지켰다. 시민단체는 전체 사망자 146명 중 103명이 옥시 제품을 쓰다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대경·서민준기자 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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