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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일 (주)아라리오 회장 '모자와 예술로 열등감을 이긴 사나이'

[CEO&Story]





“모자는 저의 열등감을 가려주는 지붕 같은 존재입니다. 모자를 쓰면 기운이 나고 자신감이 솟는 기분이랄까요.”

숱 적은 머리를 가리려고 썼나 싶은 멋쟁이 모자를 두고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은 열등감의 상징이라고 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보이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내 활동의 근원은 열등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고 그런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이 쌓였다. 그러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법을 터득한 그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놓았다.

“혼자 즐기고 내가 나와 대화하며 놀던 그런 습관과 기질이 좋은 쪽으로 풀렸다”는 김 회장은 “쌓였던 열등감이 터지듯 그림으로 나온 것인 만큼 나에게 미술은 치유”라고 말했다.



서울 율곡로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작은 공간 한편은 김 회장의 분신인 CI KIM(김창일의 영문 이니셜 겸 예명)의 작품으로 채워두었다. 버려진 냉장고로 만든 자화상이 인상적이다. 김 회장은 제주도 성산 일출봉에서 하도리에 있는 작업실까지 두 시간 남짓한 길을 걸으며 작품을 구상하는데 그 길에서 발견한 부식된 냉장고를 가져다 문짝을 뜯어내 몸통을 만들었다. 열등감을 숨겨준다는 그 모자도 씌웠다. 뜯어낸 냉장고 문짝은 네온사인 작품으로 재활용했다. 돈과 물질에 휘둘려 상실하고 싶지 않은 자아를 작품으로 묶어 두었다.

지난 2003년 CI KIM의 첫 개인전 이후로 ‘천안 졸부가 미술을 희롱한다’는 수군거림은 좀체 잦아들지 않았다. ‘사업하는 예술가’가 아니라 ‘예술 하는 사업가’로만 보는 시선도 못내 아쉽다. 그래도 꾸준한 노력에 요즘은 점차 그의 진정성이 읽히는 분위기다. 지난해 천안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니 그의 신작들은 내년에 또 만날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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