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양 기관의 부실이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라는 데 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을 결정하면 산은과 수은이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0월 4조2,000억원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안을 결정한 곳은 국책은행이 아닌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이 머리를 맞댄 서별관회의다. 조선사 부실 조짐에 금융권이 자금회수에 나서자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고 막았던 것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 직후 구조조정의 시급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애써 못 들은 척한 것도 정부였다. 구조조정 지연의 책임이 국책은행에만 있는 것이 아닌 이유다.
정부는 산은과 수은에 대해 ‘발가벗길 각오’로 강력한 자구안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책은행만 잘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정부도 국민 앞에 발가벗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시킨 일을 한 머슴만 잘못했다 빌고 잘못된 명령을 내린 상전은 고개를 빳빳이 든다면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정책 실패와 판단착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원인을 분석한 후 전략을 짜야만 제2, 제3의 조선·해운사태를 막을 수 있다. 천문학적 금액의 구조조정 자금을 국민 부담으로 동원하는데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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