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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위키드' 기술감독 말콤램 "동화같은 환상, 무대에 펼치는게 제 역할이죠"

20톤짜리 장치 공중에 여러겹 설치

12m 포효하는 용·주인공 하늘 이동 등

단 한번의 암전 없이 물흐르듯 이뤄져

좋은 스토리 있어야 기술부분도 빛나

뮤지컬 ‘위키드’ 2016년 한국 공연의 기술감독 말콤 램/사진제공=클립서비스




12.4m의 거대한 용이 포효하고, 노래하던 주인공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54번의 장면 전환은 단 한 번의 암전도 없이 물 흐르듯 펼쳐진다. 마법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뮤지컬 ‘위키드’는 2시간 50분간 동화 같은 환상을 관객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낸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황홀한 무대를 빚어내는 진짜 마법사, 호주 출신의 뮤지컬 기술감독(technical supervisor) 말콤 램(사진)을 위키드 공연이 한창인 대구에서 만났다. 그는 2012년 위키드 오리지널 내한에 이어 2013년 위키드의 한국 라이선스 초연, 그리고 지난 18일 대구에서 개막한 라이선스 재연까지 모두 참여하며 한국과 위키드에 대한 애정을 쏟아붓고 있다.

“사람들의 환상을 무대 위 현실로 만드는 게 제 역할이죠.” 말콤 램은 위키드 공연 무대에서 벌어지는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총괄한다. 단순한 세트의 이동부터 무대 상부에 촘촘하게 걸려 있는 다양한 배경을 전환하는 일까지 기술이 필요한 모든 업무가 그의 손을 거쳐 간다. “무대 장치나 조명·음향 등 각기 다른 파트의 결과물이 준비되면, 저는 이들을 조립해 연출이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 놓아야 해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작동 가능하게 하는 것이죠.”

뮤지컬 ‘위키드’의 무대 위쪽에 설치된 12.4m의 ‘타임 드래곤’/사진제공=클립서비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의 마녀 엘파바가 세상의 따가운 시선에 당당히 맞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위키드가 여러 나라에서 같은 기술을 이용해 내한공연이나 현지어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극장마다 공간적 특성이 다르기에 기술팀도 매번 새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같은 옷도 모델 몸에 맞춰 수선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위키드에서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바로 ‘리깅(rigging)’이다. 리깅은 무대 상부에 설치된 여러 개의 장치를 장면에 맞게 등·퇴장시키는 일이다.

말콤 램은 “위키드에는 총 20톤 무게의 장치들이 공중에 여러 겹으로 매달려 있어 그 하중을 견뎌낼 수 있게 조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엘파바의 친구인) 글린다가 비눗방울 장치를 타고 공중에서 이동하는 장면은 상부 구조물과 배우의 동작, 시간 등 모든 것이 오차 없이 맞아 떨어져야 하기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기술감독으로서의 작업은 대개 개막전 끝난다. 쇼가 제대로 돌아가게 판을 깔아 놓은 뒤 그는 다음 공연장으로 이동해 그곳 환경에 맞게 또 수선 작업을 시작한다. 업무 성격상 개막 첫날 관객 반응을 본 뒤 떠날 때가 많다는 그는 “사람들이 작품을 즐겨주면 정말 행복한 마음을 지닌 채 다음 일터로 향하게 된다”고 웃어 보였다.

뮤지컬 ‘위키드’의 공연 장면/사진제공=클립서비스


“기술을 빛내주는 스토리의 힘이 아닐까요?” 레미제라블·오페라의 유령·킹키부츠·라이언킹·피터팬·타이타닉 등 다수의 대형 뮤지컬에서 작업해 온 말콤 램은 ‘위키드’의 미덕을 탄탄한 기술이 아닌 스토리에서 찾았다. 그는 “위키드가 제아무리 시각적으로 화려한 작품이라 해도 좋은 스토리가 없었다면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이야기가 잘 받쳐줬기에 기술적인 부분도 빛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뮤지컬 레미제라블 내한을 시작으로 수차례 한국을 찾은 그는 “관객은 모르지만 공연이 제대로 올라가기 위해 필요한 많은 스태프가 무대 뒤에는 있고, 안 보이는 곳에서 그들도 매일 ‘또 한 편의 공연’을 숨 가쁘게 찍고 있다”며 “환상의 공연을 즐기면서 이런 노력도 함께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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