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이 28일 공개한 6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당시 한 금통위원은 “브렉시트 여부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선제적 금리 인하는 시장 및 소비심리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를 사실상 ‘압박’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한은 내부의 브렉시트 전망은 ‘잔류’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한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깜짝 금리 인하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는데 예상 못하고 있던 브렉시트로 금통위원들 표정이 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실질 이자율은 하한선에 가까워진 상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브렉시트가 결정된 이달 24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1.500%를 기록한 뒤 28일에는 1.486%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이 국고채 10년물 이자율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숫자를 ‘실질 이자율’이라고 평가한다. 실질 이자율이 제로에 가까울수록 기준금리는 하한선에 가까워진다고 본다. 소비자물가가 급등했던 2011년을 제외하고 실질 이자율은 지난해까지 꾸준히 1.5%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올 들어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6월 말에는 0.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1.25%로 0.25% 내린 6월 금통위에서 “이번에 금리를 내려 (금리가) 실효 하한선에 가까워진 것은 맞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금리 하한선은 통화정책이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는 금리 수준으로 돈이 풀려도 돈이 돌지 않는 ‘유동성 함정’의 다른 개념이기도 하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반론도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이후 금융시장도 조심스럽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고 더욱이 실물경제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얘기할 상황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실물 쪽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금융시장도 빨리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를 지금 논의할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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