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 해운·조선 업계는 각자생존에 몰두해왔습니다. 이제는 서로 힘을 합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김영무(사진)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그리스 아테네에서 폐막한 ‘국제 조선·해운박람회(포시도니아)2016’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조선·해운 업계가 미래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치킨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국내 기업들이 공생관계를 강화해야 이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부회장이 바라는 공생이란 국내 해운사들이 금융권의 지원을 받아 초대형 첨단상선을 국내 조선소로 발주하는 것이다. 해운사는 운송비용을 낮출 수 있고 조선소는 내수물량을 확보해 수주가뭄을 버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09~2015년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소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국내외 해운사들에 제공한 선박금융 규모는 125억달러(약 14조5,800억원)인데 이 중 85%인 108억달러가 해외 선사로 몰렸다”며 “이만한 자금이 국내 해운사에 지원됐다면 양대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거대 해운사와 겨룰 만한 선단을 보유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12억달러짜리 선박펀드를 조성해 국내 해운사의 초대형 상선 건조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다만 김 부회장은 “선박펀드의 현재 규모는 해운·조선 업계가 본격적인 공생기반을 마련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작다”며 “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액수를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테네=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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