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실적 기대감에 연일 연중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는 동안 삼성전기(009150)와 삼성SDI(006400) 등 부품 계열사들의 주가와 실적 전망치는 내리막을 걷고 있다. 삼성전자가 위기관리를 위해 보수적인 재고관리에 나서면서 완제품업체의 실적호조가 부품업체들의 수혜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범용 부품의 경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글로벌 소싱을 확대하며 삼성전자와 삼성 부품 계열사의 실적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1.99% 오른 148만2,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52주 신고가를 또다시 경신했다. 장중 한때 주가는 지난해 3월19일(151만원) 이후 약 1년 4개월 만에 처음 150만원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증권사들의 전망을 뛰어넘는 분기 실적으로 삼성전자는 2013년 1월2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종가 기준·157만6,000원) 돌파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삼성전자는 이달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올 2·4분기 8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벌어들였다고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8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2014년 1·4분기(8조4,900억원) 이후 9분기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기대 이상의 판매를 보이는데다 반도체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을 들어 3·4분기 실적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불과 한 달 전 6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던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은 7조3,580억원까지 올라왔다.
이에 반해 삼성전자 부품 계열사들의 실적전망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반면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2·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902억원에서 현재 423억원으로 반 토막 넘게 줄었고 삼성SDI도 같은 기간 -251억원에서 -30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실적하락에 삼성전기 주가는 지난달 초 이후 10% 가까이 떨어졌고 삼성SDI도 5.78% 하락했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S5’와 ‘갤럭시S6’를 통해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경험하며 보수적 재고관리에 나서고 있다”며 “2·4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이끌었던 ‘갤럭시S7’의 제조원가가 낮아진 점도 부품업체들에는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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