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새누리당 전당대회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자 친박·비박계의 수장인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비박계 지휘관을 자처하며 영향력 과시에 나섰다. 대규모 지지자 모임을 열며 전대를 넘어 대권 행보까지 보이고 있다. 반면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최 의원은 전대 기간 유럽행을 택하며 일보 후퇴했다.
김 전 대표는 14일 2014년 전당대회 승리 2주년을 기념해 서울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1,000여명의 지지자들과 대규모 만찬 회동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가 전대를 앞두고 열리는 만큼 김 전 대표가 비박계 세 결집을 주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는 앞서 “비주류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 “당선되려면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전대 개입 의지를 드러냈다.
행사장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전당대회 대표 출마를 고려하는 서청원 의원을 향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서 대표 당선을) 막아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정병국·한선교 의원도 행사장을 찾아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김무성 전 대표의 모습도 대권 행보를 연상케 했다. 행사 무대에는 ‘반드시 이어갑시다’, ‘그가 필요했다’고 적힌 대형 플랭카드가 걸려 있었다. 사회자는 김 전 대표가 행사장에 등장하자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동지 여러분 자랑스러운 김무성입니다”라고 소개했고, 참석자들은 연신 ‘김무성’을 외치며 환호했다. 총선 참패로 대표를 물러난 뒤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박성중 의원은 인사말에서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김 전 대표가) 참아 왔다”고 말했고, 권오을 전 의원은 “언젠가는 (김 전 대표가) 다시 깃발을 들지 않겠나. 김무성 깃발 아래 다시 모여야 한다”고 말했다.
불출마 선언 전까지 유력 주자로 꼽혔던 최 의원은 김 전 대표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최 의원은 오는 19일 출국해 8월 초까지 유럽에 머무를 계획이다. 브렉시트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영국을 찾아 영국 재무장관과 영란은행장을 만난 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유럽 시찰단에 합류할 예정이다.
최 의원 측은 개인 일정이라며 일축했지만, 전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자리를 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르면 내주 초 출마 선언을 앞둔 서 의원을 배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 책임론’ 탓에 끝내 불출마를 택했지만, 전대가 다가올수록 다시 책임론이 불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오는 17일 당에서 총선 참패 백서를 발간할 예정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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