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학생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공기업·대기업, 은행,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압도적이었지만 자유로운 근무문화, 자기 주도적인 업무, 효과적인 선취업 후 진학제도 활용 등이 10대 학생들에게 호소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옐로모바일에 입사한 손지호(19) 옐로오투오 커머스 TF팀 매니저는 폭넓은 경험을 장점으로 꼽았다.
손 매니저는 “선취업 후 진학제도를 계획하고 있다 보니 첫 직장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스타트업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입사하게 됐다”며 “한참 어린 막내임에도 온라인 쇼핑몰 운영을 직접 담당하며 주도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놓고 경험이 풍부한 선배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경험 등이 나중에 대학 진학시 선택할 전공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손 매니저는 본인의 경험을 살려 후배들의 멘토링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학교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보면 일단은 이름 있거나 안정된 직장에 가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최근 들어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는 조짐도 보인다”며 “특히 학창 시절에 배운 상업 관련 과목이나 디자인·제2외국어 등은 스타트업에 취업하면 상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반 중소기업보다 자기 주도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것도 스무살 사회 초년생들에게 매력 포인트다. 세명컴퓨터고를 졸업하고 1년간 SI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하다 맛집추천서비스인 망고플레이트에서 일하고 있는 이한울(20)씨는 “과거 직장에 있을 때는 단순 유지보수 업무만 했지만, 회사를 옮기고 나서는 출신에 따른 차별도 전혀 없고 서비스 개발에도 직접 참여해 업무 만족도가 높다”며 “특성화고 친구 중에는 패배주의적 시각에 빠진 경우도 많은데 실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인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망고플레이트는 특성화고 출신 직원의 업무 성과에 만족해 매년 세명컴퓨터고 졸업생을 인턴을 거쳐 채용하는 산학협력도 최근에 맺었다.
단순 취업에 머무르지 않고 전문성을 발휘해 핵심인재로 성장하는 사례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모바일 보안회사인 에스이웍스에는 석·박사가 다수 포진한 개발진 사이에 특성화고 출신의 개발진이 3명이나 있다. 조성 에스이웍스 매니저는 “연구와 개발 업무일수록 학벌보다는 회사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전도유망한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회사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변화하는 인식을 반영하듯 스타트업 입사 희망자도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IT특성화고 출신 학생 대상의 채용행사를 개최해온 결과 지난해에는 61명이 참여해 9명이 즉시 채용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취업 부서 역시 전략기획,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 등으로 비교적 다양했다.
선린인터넷고 관계자는 “동문 선배들이 업계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기업 측에서 먼저 채용 문의가 부쩍 늘어난 결과 어느덧 전체 취업자 중 절반은 IT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추세”라며 “학업성적이 뛰어나 대기업이나 공사 등에도 무난히 입사가 가능한 우수 학생도 모험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찾아 스타트업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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