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지금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위기의식 아래 전(全) 계열사가 체질 개선에 몰두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임원들을 이천 연구소로 긴급 소집해 “그룹이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혁신방안을 10월까지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회사 전체가 사활을 건 변신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SK는 현재 △글로벌 신시장 개척과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양대축을 통해 미래 성장 기반을 튼튼히 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의 주력 사업인 에너지·화학, 정보통신, 반도체 등 3대 사업분야는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며 신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신에너지, 사물인터넷(IoT), 바이오·제약 등의 신성장 사업군에서는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에너지 사업의 글로벌 시장 강화는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이는 에너지 분야 계열사들이 각 분야 대표 해외기업들과 손을 잡고 공동 투자에 나서는 한편 마케팅과 유통을 함께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중국 최대 석유화학회사 시노펙과 합작을 통해 우한 NCC 공장(에틸렌 생산시설)을 완공해 본격적인 상업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또 인천과 울산에서 진행된 대규모 파라자일렌(PX) 증설 또한 완료돼 글로벌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울산 PX 설비는 일본 JX에너지와 50대50 비율로 합작한 공장으로 연간 100만톤 규모의 PX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회사인 사빅과 손잡고 넥슬렌(Nexlene) 사업을 추진해 기존 다우·엑슨모빌·미쓰이 등 글로벌 메이저 3개사가 과점하고 있던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넥슬렌은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고성능 폴리에틸렌이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진출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2014년 중국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생산법인을 준공하면서 물량 생산 능력을 키웠으며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 현지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SK텔레콤도 활발한 글로벌 파트너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 “통신회사가 국내시장에 머물러 있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사업자와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이 회사는 도이치텔레콤·페이스북 등 글로벌 사업자들과 잇따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신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부터 매출이 적은 곳일지라도 성과가 있는 신사업 현장에는 반드시 방문해 임직원들의 도전의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SK는 올해 ‘에너지 신산업 추진단’을 설립해 앞으로도 에너지 관련 사업을 그룹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추진단은 관계사별로 추진 중인 활동과는 별개로 그룹 내 싱크탱크로 기능하며 중장기 계획과 전략 수립에 주요 역할을 하게 될 예정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이 가파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는 판단 하에 현대·기아차, 베이징자동차, 다임러그룹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함께 전세계 전기차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한 SKC는 태양광 소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SK D&D는 풍력발전에 진출해 여러 관계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바이오·신약 분야도 SK의 대표적 신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SK는 지난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하여 SK 바이오팜을 출범시켰으며 이후 2014년 1,00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신약 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해왔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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