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도 도쿄에서 첫 여성도지사 탄생이 임박했다. 자민당 소속이지만 당의 지지 없이 ‘독자 출마’를 선언한 비주류 고이케 유리코 후보의 도쿄도지사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는 거센 정치적 후폭풍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NHK는 31일 치러진 일본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 고이케 유리코 후보가 당선이 확실하다고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고이케 후보는 지금까지 8선 의원을 지낸 저널리스트 출신의 여성 정치인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 시절 환경상으로 발탁된 대표적 ‘고이즈미 키즈’ 중 한 명이며 아베 신조 정권 1기 때는 방위상을 맡으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다른 후보를 지지하면서 아베 정권 2기 들어 비주류로 밀려났다. 이번 도쿄도지사 보궐선거에서나는 자민·공명 연립여당에서 마스다 히로시 전 총무상을 밀기로 하자, 홀로 출마를 선언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유리코 후보는 이날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 도쿄 이케부쿠로에 있는 선거 캠프에서 “양당(자민·공명)의 개혁파 의원들이 결집해 선거 운동을 했으며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며 사람의 고리가 점점 퍼져나갔다”며 “결과의 무게를 받아들이면서 단단히 도정에 매진하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유리코 후보가 도쿄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아베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지도부는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을 전망이다. 일본 언론들은 유리코 후보가 도쿄도지사 선거 후 지지의원들과 함께 독자 정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지도부는 “이겨도 져도 (유리코 후보와 그를 지원하는 자민당 의원들을) 제명한다”고 공언해왔다.
한편 이번 도쿄도지사 보궐선거는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가 불법 정치자금 파문으로 지난 9일 사퇴하면서 치러졌다. 마스조에 전 시장은 2014년 자민·공명당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당선됐으며, 한때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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