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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음식물폐수의 화려한 변신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얼마 전 한 대형마트에 갔다가 우연히 젊은 부부의 실랑이를 듣게 됐다. 남편은 원플러스원 식료품을 사자고 했으나 아내가 반대한 것이다. 이유인즉 단둘이 생활하는 부부에게는 양이 많아 버리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참 현명한 아내라고 생각했다.

음식물 쓰레기는 대한민국 주부들에게 큰 골칫덩이다. 여름에는 부패속도가 빠르고 해충이 생기기 쉬워 더욱 성가신 존재다. 특히 가장 큰 번거로움은 바로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물기를 줄이는 것으로 오죽하면 여름에 수박은 거들떠도 안 본다는 주부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애물(水)단지 음식물폐기물이 보물(水)로 귀한 대접을 받는 곳이 있다. 바로 필자가 몸담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음폐수바이오가스화 시설이다. 이 시설에서는 음식물폐수(음폐수)를 원료로 친환경 바이오가스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음폐수란 쉽게 말해 음식물 쓰레기와 그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더러운 물이다. 이 음폐수는 일반 하수보다 오염도가 1,000배에 달한다. 처리기술이 까다롭고 많은 비용이 들어 과거에는 바다에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해양오염 방지를 위한 ‘런던협약’이 개정되면서 우리나라도 2013년부터 음폐수의 해양투기를 전면 금지했다. 수도권매립지의 음폐수 시설도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2013년부터 시작했다.

국내의 여러 음폐수 시설이 처리기술과 노하우 부족으로 운영조차 어려운 곳이 많았지만 수도권매립지는 달랐다. 오랫동안 ‘폐기물은 에너지’라는 모토로 자원순환 사업에 앞장서 온 자신감과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일 565톤이나 되는 음폐수를 안정적으로 자원화하고 있으며 바이오가스 생산량은 음폐수 처리를 위해 투입된 에너지(4,864G㎈)보다 네 배(1만9,353G㎈) 이상이나 많아 선진국에서 방문하는 관계자들조차 놀랄 정도다.

이렇게 생산된 바이오가스는 수도권매립지 내 슬러지 처리시설의 건조 열원으로 활용함으로써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3년 동안 국내외에서 100회 이상 이 기술을 배워갔다.

필자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다양한 환경 문제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국내의 주요 환경 이슈는 자원순환기본법 제정과 미세먼지 대책이다. 이 두 가지 이슈의 가장 기본적인 해결방안은 한정된 자원이자 환경오염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해양투기 되던 음폐수를 바이오가스로 재생산해 폐기물의 자원화, 신재생 에너지의 사용, 화석연료 절감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수도권매립지의 성공사례처럼 말이다.

한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아귀나 곰치가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듯이, 수도권매립지가 주부들의 골칫거리였던 음식물 쓰레기를 새로운 에너지자원으로 변화시키면서 이제는 주부들의 환경오염 고민도 줄어들게 됐다. 이것이 바로 자원순환 사회로의 힘찬 발걸음이자 우리 환경이 나아갈 방향이라는 생각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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