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적자를 내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이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다.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가 적자 상태에서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업체로 성장한 사례를 국내에서 재연하겠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일명 ‘테슬라 상장 요건’을 신설할 것”이라며 “어느 정도 사업 기반을 갖춘 기업은 적자 상태에 있어도 상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장사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일정한 자기자본·매출액·순이익 규모를 갖춰 직접 증권을 주식시장에 올리는 것과 이미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적으로 IPO를 하는 형태가 있다. 매출·순이익 규모가 작은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 등은 외부기관을 통한 기술력 검증 절차를 거쳐 코스닥에 한해서 상장을 허용해주고 있다.
금융위가 마련하고 있는 새로운 상장 요건은 그동안 연구개발(R&D) 또는 생산기반 확충을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한 탓에 손실을 내고 있는 기업의 IPO 가능성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실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에서는 신규 상장사의 평균 총자산수익률(ROA)이 -10.6%에 달하는 등 적자 기업의 IPO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적자가 난 것인지를 정량적으로 판단하고 해당 업종의 전망과 시장의 평가를 종합해 상장 심사를 받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적자 기업의 상장으로 투자자 보호나 시장신뢰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상장 주관사(증권사)의 책임성 강화와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객관성 확보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주관사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 등의 절차 없이 공모가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상장 후 일정 기간 주가가 내려갈 때 주식 매입을 해주는 등의 시장조성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 중 상장·공모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임 위원장은 아울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수익률 공시 오류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수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가입자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한 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금융사 ISA의 수익률을 분석하고 결과를 공개하고 약관 위반 자산운용 여부 등에 대한 특별 검사도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융위는 한국회계학회의 연구 용역을 통해 준비하고 있는 회계 투명성 강화 방안을 오는 11월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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