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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통화정책의 신조류에서 얻는 시사점

FORTUNE'S EXPERT | 윤창현의 '글로벌 전망대'





최근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정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매입 대상 자산에 주식을 포함시키고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하락시키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의 범위와 수단 등이 다양화·복잡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소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을 시도했다. 금리가 제로가 되어도 계속해서 통화량을 늘리는 양적완화 정책은 경제 내에 상당한 양의 화폐발행을 통해 팽창적 통화정책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사실이다. 양적완화 정책은 기존의 공개시장조작(Open Market Operation) 정책과 거의 유사한 방법을 사용한다. 다만 기존의 경우 금리가 제로 근처로 가면 자연히 통화량을 늘리는 것이 의미가 없어지지만, 양적완화 정책은 금리 수준이 제로가 되어도 계속 통화량을 늘려가는 것이 특징이다. 금리가 제로가 되어도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계속 집행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개시장조작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경우 통화량 확대가 필요한데, 이 경우 중앙은행은 시중은행들로부터 채권을 사들이고 은행들에게 채권 대금을 지불한다. 이처럼 중앙은행에서 돈이 시중은행으로 풀리게 되면 이 돈을 가지고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게 되면서 통화량은 증가하게 된다. 통화량은 현금과 예금의 합이 되므로 대출로 집행된 돈이 돌다가 다른 은행의 예금으로 들어가게 되면 예금이 늘어나면서 통화량 증가가 일어나게 된다. 반대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는 경우에는 통화량을 줄이게 되는데, 이때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에게 채권을 팔고 돈을 받는다. 채권 매입 대금만큼 돈이 중앙은행으로 빨려 들어오면서 시중의 화폐가 줄어든다. 중앙은행은 주로 국채 같은 안전한 수단을 이용해 공개시장조작을 시행하게 된다.

그런데 최근 양적완화 정책을 위해 채권 매입 규모를 계속 늘려가는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매입 대상 자산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고 금리를 마이너스 수준까지 하락시키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모기지 유동화증권도 매입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고, 영국 중앙은행의 경우 양적완화 정책을 위한 공개시장조작의 대상으로 회사채까지 포함시킨 바 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 등 몇몇 중앙은행은 이에 더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까지 시행한 바 있다.

이러다 보니 소비재 기업으로 유명한 독일의 헹켈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0.05%의 수익률로 5억 유로에 해당하는 회사채를 발행하기로 하였다. 기업이 100을 빌려오면서 따로 금리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0.05%의 수수료를 따로 챙기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회사 상태가 우량하면 회사채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국채를 마이너스 금리로 사들이는 상황에서 회사채도 마이너스 금리로 매입해주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가장 우량한 독일 국채 금리가 -0.67% 정도 되니까 국채 금리보다는 62bp(basis point·이자율을 계산할 때 사용하는 최소의 단위. 1%는 100bp이고 1bp는 0.01%다) 정도 싸게 책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중앙은행의 금리가 마이너스가 되고 양적완화의 대상 증권 범위가 늘어나다 보니 과거에는 관찰하기 힘들었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참고로 헹켈의 회사채는 유럽 중앙은행이 사들일 것을 예상하고 발행되는 채권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중앙은행들이 매입하는 자산의 대상에 주식이 포함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의 경우 이미 1,000억 달러(약 110조 원) 수준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스위스 중앙은행이 모두 외국 주식만 사들인다는 점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애플이나 코카콜라 같은 주식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식을 사들이면서 매입 대금으로 지불될 스위스 프랑이 발행되니까 통화량이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스위스 프랑이 즉시 달러로 교환되면서 외국 주식을 사들이게 되니 자국 통화가 약세로 전환된다. 외국 주식을 사들이면서 통화량 증대에 자국 통화 약세까지 동시에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통화정책과 함께 환율정책까지 동시에 실행하는 셈이다.



일본 중앙은행의 경우 주로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매입을 통해 주식을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은 보유주식 가치가 약 900억 달러(약 100조 원) 정도 되고 있는데, 자국 주식만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ETF 형태로 사들이기 때문에 특정 종목에 편중됨이 없이 전 종목을 골고루 보유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액수가 커지면서 일본 중앙은행은 2017년말까지 니케이 225 지수에 포함된 종목 중에서 약 55개 종목의 1대 주주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부양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셈이다. 통화정책을 시행하면서 주식시장 부양책까지 가미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럽 중앙은행도 공개시장조작 대상 자산에 주식을 포함시키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채권에 한계가 오니까 차라리 주식을 포함시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일부 주식의 유통물량이 감소하는 데에 따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가지수를 따르는 ETF를 통해 주식을 간접적으로 사들인 중앙은행이 이를 당장 팔지 않고 보유하게 되면 일부 주식의 유통물량이 줄면서 거래가 동결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주식시장에 예기치 않았던 효과까지 나타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런 부분은 매우 주의하면서 많은 연구와 분석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위기 극복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의 범위와 수단이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우리도 상당 부분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윤창현 교수는…
▲1960년 충북 청주▲1979년 대전고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박사 ▲1993~1994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1995~2005년 명지대 경영무역학부 교수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2012년~2015 한국금융연구원장 ▲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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