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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정국에 힘 빠진 증시...꼬리(선물)가 몸통(현물) 흔들다

외국인 코스피200선물 1만2,730계약 매도

브렉시트 이후 최대규모...대형주 일제히 하락

정치불안이 투자심리 자극...2,000선 깨질수도





기업 실적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악재에 가시밭길을 걷던 주식시장이 이번에는 레임덕 정국에 흔들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홀로 순매수를 유지하던 외국인마저 현물과 선물을 동시에 내던졌다. 특히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1만2,730계약의 코스피200 선물을 내던지며 현물시장을 뒤흔들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투신 등이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가운데 외국인의 선물매도는 시장의 수급 공백으로 이어져 2,000선이 깨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지수는 26일 전날보다 1.14%(23.28포인트) 떨어진 2,013.89포인트에 장을 마감하며 가까스로 2,010선을 지켜냈다. 장중 한때 프로그램 매도가 쏟아지며 2,010선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막판 기관들의 매수세로 낙폭을 줄였다. 전일 시장이 중국 정부의 유커(중국인 관광객) 감축 소식에 따른 유커주 폭락 속에서도 금융·철강·건설·조선 등 대형주의 상승 속에 2,030선을 지켜냈지만 이날은 역부족이었다. 삼성전자(-1.88%), 삼성물산(-1.78%), 현대차(-0.36%), 현대모비스(-2.81%), POSCO(-0.40%), 삼성생명(-3.14%)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이날 특정 투자자의 대량 매도와 같은 수급 악재가 없었음에도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선물 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확대한 외국인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1만계약이 넘는 코스피200선물 매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로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던 지난 7월6일의 1만2,863 이후 최대 규모다. 공원배 현대증권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증시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이 1만계약 이상 매도한 때는 대개가 브렉시트나 갑작스러운 미국 금리 인상, 북한 리스크 등 대형악재가 발생했을 때”라며 “주식 현물시장에서 뚜렷한 매수 주체가 없는 상황에서 선물 매도가 급증하니 현물시장에서 대형주 위주로 프로그램 매물이 나오며 지수를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의 가격하락(꼬리)이 현물시장의 가격(몸통)에도 영향을 미치는 ‘왝더독(wag the dog)’ 현상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지난 7월 이후 꾸준한 매수세를 유지하던 외국인이 유독 선물시장에서 매도 폭을 키운 이유는 뭘까. 표면적으로는 △미국 대선과 금리 인상을 앞둔 위험자산 축소 △3·4분기 국내 기업 실적 둔화 △달러 강세에 따른 환손실 회피 등이 거론된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970년 이후 미국 대선과 국내 증시의 외국인 자금 출입 관계를 분석해보면 선거일 기준 5영업일 전까지 까지는 순매도가 확대됐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환손실을 피하려는 외국인이 움직이기 시작한 신호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악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며 국내 정치불안이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 연구원은 “그동안 선물시장에서 매수 우위 포지션을 유지했던 외국인이 기존 포지션을 청산하는 수요를 감안하더라도 이날 매도 폭은 이례적”이라며 “브렉시트나 북한 핵실험·미사일 발사에 버금가는 충격에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와 이를 인정한 대통령의 사과 등 국내 정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주식시장 최대의 적은 불확실성인데 레임덕 정국이 펼쳐지면서 가뜩이나 상승 모멘텀이 없는 증시가 외국인의 이탈로 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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