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주요20개국(G20)이 반덤핑 등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들이 겉으로는 자유무역 지지를 외치면서도 철강과 자동차 등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반(反)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되면서 무역전쟁(trade war)에 불을 댕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국은 ‘G20 무역 및 투자조치 제16차 보고서’에서 “올해 하반기 G20 국가들이 신규 도입한 월평균 무역제한조치는 전년과 유사하지만 반덤핑 등 수입규제조치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의 조사기간은 지난 5월 중순에서 10월까지 5개월간이었다.
G20 회원국의 월평균 무역제한조치는 2016년 5~10월 17.2건으로 전년(2015년 5~10월 17.2건)과 동일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수입제한조치는 5.4건에서 3.0건으로 감소했고 무역구제조치(12.7건→12.2건)와 수출제한조치(1.1건→1.0건)는 이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시기별 월평균 무역제한조치는 △2014년 10월~2015년 5월 17.0건 △2015년 5~10월 17.2건 △2015년 10월~2016년 5월 20.7건 △2016년 5~10월 17.2건이다. 무역제한조치는 △무역구제(반덤핑·상계관세 부과) △수입제한(관세인상, 수입할당) △수출제한(수출세 부과, 수출금지) 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전체 무역제한조치에서 반덤핑관세 부과 비중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역제한조치에서 반덤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월~2015년 5월 60% △2015년 5~10월 56% △2015년 10월~2016년 5월 61% △2016년 5~10월 72%로 늘고 있다. 무역제한조치의 질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우리 철강 업체들은 보호무역주의의 직접적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미 상무부가 8월 국내산 열연강판에 반덤핑·상계관세를 적용하며 대미(對美) 수출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경우 우리 업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덤핑과 상계관세는 미 상무부가 조사 대상국의 덤핑·보조금 혐의에 대해 판정하고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미국의 산업피해 여부를 판정하는 구조다. 상원의 인준안 승인이 필요하지만 미국 대통령이 상무장관과 ITC 위원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 미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될 경우 무역구제를 신청하는 미국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보고서도 보호주의를 완화하는 조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기간 각국에서 신규 도입한 무역원활화 조치는 이전 조사기간 대비 감소(월평균 14.3건→13.2건)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철강 등 글로벌 공급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반덤핑·상계관세 등의 무역구제조치가 지속 유지되고 있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조치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처하고 각종 민관채널을 통해 업계와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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