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이 20일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고 비판했다.
유족 측 공동변호인단은 이날 미인도의 원소장자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라는 사실이 진품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미인도가 김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유라고 해도 그의 몰수 재산 가운데 가짜 그림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실은 진품의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맨눈으로 관찰되지 않은 압인선이 확인됐으며 희귀한 석채 안료를 사용했다는 것 등 검찰이 진품의 제시한 진품 이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압인선이란 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다. 유족 측은 “송곳 같은 도구로 본을 뜨는 것은 동양화가들이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라며 “석채 안료도 누구나 쓸 수 있어서 이것으로는 진품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유족 측은 유명 프랑스 감정단의 분석 결과를 검찰이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실시한 웨이블릿 검사는 프랑스 감정팀의 다중층간확대분석 방법보다 차원이 낮은 기술”이라며 “세계 최고 기술의 분석 결과를 무시하고 검찰 자체적으로 진행한 국내 과학진의 분석 방법만을 토대로 그림의 진위 여부를 발견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과학적 열세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감정단이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데 사용한 계산식을 다른 9개 진품에 그대로 적용한 결과, 확실한 진품도 진품일 확률이 4%대로 낮게 나와 프랑스 감정단의 판단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는 “검찰 측이 임의로 계산해 만들어낸 자료다”고 주장했다.
공동변호인단 중 한 명인 배금자 변호사는 “프랑스 감정단이 계산식을 제공한 적이 없다”며 “프랑스 감정단이 한 계산을 실시하려면 특수 장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비 없이 검찰이 무슨 방법으로 계산을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변호인단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검찰 발표와 관련해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며 임의적 자료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는 20일 오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한국 검찰의 미인도 진품 결론에 대한 성명을 낼 예정이다.
/홍주환인턴기자 theh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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