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뷰 현장에서 만난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 전체적인 균형과 템포를 맞추려 했다“고 밝혔다.
“진회장(이병헌)이나 박장군(김우빈)이 워낙 개성이 강한 인물이다보니, 저는 전체를 끌고 가는 게 가장 큰 임무였어요. 아무래도 정보 전달 역할이 강한 캐릭터다 보니까 대사의 양도 많았거든요. 템포를 잘 조절하면서 대사를 치는 것도 쉽진 않았어요. 어찌보면 평면적으로 보일 수 있는 ‘이런 캐릭터들이 더 어렵지‘ 했던 게 이제야 이해가 돼요. ”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는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까지, 서로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개봉 5일째 300만 관객을 돌파했으며, 연일 흥행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12월 극장가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는 중이다.
강동원은 사법고시까지 패스한 엘리트 형사로 주관과 확신으로 끝까지 위기를 돌파해 나가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 역을 맡아 데뷔 이후 첫 형사 캐릭터에 도전한다.
강동원은 “주어진 시나리오에 충실하게 다가갔으며, 개인적 욕심을 버리면서 들어갔던 작품이다”고 말했다.
“(배우로서)개인적 욕심을 내세우는 성격이 아니긴 한데, 소위 이번 영화는 ‘전우치’처럼 판 위에서 노는 스타일의 영화가 아니잖아요. 최대한 저는 욕심 부리지 말고 처음부터 끝까지 밑판을 잘 깔자는 생각을 했어요.
듬직하고 바른 인물을 통해서 관객들이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했어요. 모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의 모습을 투영시키고 싶었고, 거기에 공감했으면 했어요.“
강동원은 김재명의 올곧은 정의로움이 사적인 복수가 아닌 점이 더 마음을 끌었다고 했다. 배우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위해 인물의 전사를 끼워 맞추다보면 오히려 정의로움이 퇴색될 수 있다는 의미.
영화 속에서, 지능범죄수사대의 원네트워크 수사에 회의감을 품는 경찰청장을 향한 “대한민국에 저 같은 미친놈 한 명 있어야죠”라는 대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김재명의 한 마디로, 우리 사회에 꼭 있었으면 하는 김재명 캐릭터의 특별함을 더한다.
이어 “이번 ‘마스터’가 남심(男心)을 사로잡을 수 있을 영화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전작 ‘가려진 시간’ 스토리가 여성 관객들에게 더 어필했다면, ‘마스터’는 남성 관객들에게도 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길 희망했다.
“언제나 영화 작업을 할 땐, 여자 관객 뿐 아니라 남자 관객에게도 잘 보이길 원해요. 저희 작품이 남자 관객들에게도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구요. 전 물론 남녀평등주의자입니다. 배우로서 저는 극을 잘 이끌고 가서 누가 봐도 좋아하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상식적인 선에서 모두가 생각하는 ‘정의’가 실현될 수 있었음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문득 ‘어린 시절 경찰관이 되고 싶은 꿈을 가진 적 있냐’고 물었다.
“전혀요.”라고 통쾌하게 답을 한 강동원은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에서 살고 싶은 게 모두의 이상향 아닌가요?” 라며 오히려 되묻는다.
“이번에 필리핀 촬영을 가서 투명하지 않은 사회가 극단적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절실히 보고 느끼고 왔어요.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밝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사람이라면, 제대로 일하고 또 일한만큼 보상 받는 나라에서 살고자 하지 않을까요. 힘든 사람이 많은데 저만 행복한 건 원하지 않아요. 진회장처럼 나만 잘되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주 간혹 있겠지만(웃음),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저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
그렇게 강동원은 이상향의 사회를 꿈꾸는 건전한 30대 중반으로 김재명과 닮아있었다. 단 “일에선 철두철미한 편이지만, 김재명처럼 인간관계에 있어서 빡빡한 편은 아니에요. ”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편 강동원은 이번 영화에서 강도 높은 액션을 위해 체중을 늘리고 복싱 트레이닝을 받은 것은 물론 위험천만한 카체이싱을 직접 소화해냈다. 그러나 폭파장면 등을 촬영하다 목에 유리파편이 꽂히는 큰 부상을 입기도 했다. “‘전우치’때 만큼 액션 강도가 높지 않았다”고 덤덤하게 말을 꺼낸 강동원은 “개인적으론 칼을 쓰는 장면 보다는 총격신이 위험하고 무섭다”고 전했다.
“어떤 배우는 칼을 쓰는 장면이 무섭다고 하는데, 저는 총격신이 무섭던걸요. 화약이 터지면 파편이 날라오는데, 잘못하면 몸에 박히거든요. 영화라서 안 아프겠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아파요. 따끔 따끔 하거든요. 크게 무리없다고 하니까 하는데, 가끔 배우들이 다치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카체이싱이 더 쉬운 편이죠. 카 체이싱은 제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가만히 있어도 움직이니까 범퍼 카를 탄 느낌이랄까요.(웃음)”
강동원은 올해 ’검사외전‘, ’가려진 시간‘에 이어 ’마스터‘까지 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바쁜 한해를 보냈다. 최근엔 노동석 감독의 ’골든 슬럼버‘ 출연을 확정짓고 2017년 크랭크 인을 앞두고 있다.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좋다”고 말한 그는 “평생 직장인 배우 일을 치매에 걸려서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 일이 진짜 즐거워요. ‘언제까지 배우생활을 할 예정이냐’고 물어본다면? 제 평생 직장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또 배우에겐 장기 프로젝트이기도 하죠. 모델 일을 하다 그냥 데뷔한 게 아니라 계속 준비한 후 배우 길에 들어섰어요. 연기 수업을 3년 했거든요.
첫 연기수업 할 때 ‘아! 이것이다! 내가 평생 할 수 있겠다’ 고 느꼈거든요. 독백을 준비해서 제가 그 인물이 돼서 하는데,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몰입해서 했어요. 그 공간 안에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는 대사도 까먹고 긴장도 할 줄 알았는데 다 소화해냈어요. 그렇게 끝내고 나니 후련하던걸요. 그 뒤에 든 생각이 ‘나이 먹어도 계속 하고 싶다’ 였어요. (최근 배우 인생 60주년을 맞이한 이순재 배우가 암기력이 괜찮을 때까지 연기를 계속 하겠다고 하더라) 전 치매에 걸려서라도 하고 싶어요. 지금은 나이 먹고 치매에 걸린 역할이라고 하겠다는 마음인데 그 때 되면 또 모르겠네요.“
배우로서 소명이나 운명을 믿기보단, ‘나와 잘 맞았다’ 고 말하는 배우. 일을 철저하게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저랑 안 맞는다고 생각했으면 분명 다른 일을 택했겠죠. 내가 선택한 내 일을 재미있게 하고 싶어요. 가끔 일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힘들 때는 있어요. 많이 화가 나죠. 화가 난 걸 표시 안 할 때도 있지만 너무 하면 내죠. 결국 그런 분들과는 앞으로 안 보는거죠. ”
인터뷰 말미, 영화의 제목처럼 ‘대중은 김재명 같은 마스터를 원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냐고 넌지시 묻자, 그의 무심한 듯 상쾌한 발언이 이어졌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쓰실 때 그냥 쓰지는 않았겠죠. 영화 전체를 보면, 김재명이 마스터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마스터가 결국 사회적 리더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현필 같은 마스터를 원하진 않았겠죠.(웃음)”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