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미래 프로젝트와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올해 디지털 관련 조직 신설 및 강화 등을 단행한 가운데 하나금융이 금융권 최초로 기존 부서를 대체하는 셀(cell) 조직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디지털과 융합이 화두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수성이 강한 은행권에도 정보기술(IT) 기업과 같은 혁신적이고 유연한 조직 운영이 점차 확산될지 주목된다.
하나금융은 올해 KEB하나은행의 미래금융그룹 내 모든 부서를 셀 단위 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미래금융그룹에는 총 7개 부서가 있었는데 이를 모두 미래금융본부로 모으고 6~7개 셀로 꾸려 운영하겠다는 것.
각 셀 부문의 장은 수행 프로젝트에 한해 부서장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 중 기존의 미래사업부는 상징적인 의미에서 남겨두되 나머지 셀의 명칭이나 업무 등은 새롭게 배분된다.
이는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것이다. 셀 조직은 업무와 인원을 유연하게 운영하고 의사결정 체계를 단축하면서도 책임감을 부여해 실행력과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이 주로 쓰는 조직 운영 방식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네이버가 전격 도입했으며 최근에는 소셜커머스 기업 위메프도 셀 단위로 조직을 개편했다.
앞으로 미래금융본부의 셀들은 프로젝트 중심으로 유연하고 속도감 있게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에 기존 미래사업본부에서 맡아온 인터넷·모바일뱅킹 업무를 각 사업본부로 넘긴 것도 기존 업무 부담을 덜어내고 신규 프로젝트 단위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라는 전언이다. 특히 회사 차원에서 인사발령이나 조직개편을 하지 않더라도 그룹장인 한준성 부행장의 주도 아래 부서별 업무를 바꾸고 인원을 이동하거나 셀을 재편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같은 혁신적인 조직 단위 도입이 은행의 보수적인 조직 운영과 복잡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또 미래금융본부의 셀들이 내는 성과에 따라 이 같은 조직 운영 방식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미래금융그룹의 셀 조직 운영 성과에 따라 다른 부서로도 셀 방식을 확대 적용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른 은행들도 하나금융의 이번 조직개편 실험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한 관계자는 “셀은 주도적으로 일에 임하며 결과에 책임을 지면서 빠른 결과를 낼 수 있는 조직 운영 방식”이라며 “전통적 은행 업무의 복잡한 프로세스를 단축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보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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