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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아카데미] 기업 잃어버린 신뢰 되찾으려면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경영진, 기관투자가 등 주주들과 소통 강화해야

이창민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




대한상공회의소가 경제와 사회 전문가 50여명에게 ‘2017년 경제 열쇳말과 기업 환경 전망’을 조사했다. ‘험난한 앞날(bumpy road)’이 예상돼 각 기업이 ‘생존 방법(survival mode)’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내·대외 경제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다음이다. 전체 전문가의 약 85%는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최근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의 정치 혼란을 계기로 기업의 신뢰와 투명성을 높이라는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깨끗해지라는 요구가 아니라 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예를 들어, 신뢰와 투명성이 낮으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자금조달비용도 올라간다. 또한 외부 경제상황이 좋고 기업들이 잘나가고 있으면 작은 오점 정도는 넘어갈 수도 있으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저성장의 시대에 작은 오점 하나가 기업을 벼랑 끝으로 몰수도 있다. 위험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결국 기업 지배구조의 문제로 귀착된다. 기업 지배구조란 넓은 의미로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이다. 이것을 기관투자가가 할 수도 있고 사외이사들이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주주들이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 경영윤리 낙제점

WEF 조사…세계 138개국 중 98위로 ‘하위권’

회계감사·공시 부문도 62등으로 중위권 그쳐

사실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슈가 아니다. 지겹도록 많이 이야기 돼왔고 특히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문제는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만큼 발전이 있었느냐는 것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138개국 중 국내 기업의 기업 경영윤리는 98등, 회계감사·공시 수준은 62등, 이사회의 역할은 109등, 소액주주보호는 97등이다.





질문은 간단하다. 그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업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대전제는 경영진의 인식전환이다. 현재의 정치·경제·사회 환경은 경영진에게 기업의 신뢰회복을 위해 먼저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경영진이 안이하게 대응할 경우 그 틈은 결국 강한 규제가 메꾸게 돼 있다. 우리는 지난해 김영란법 도입을 통해 이미 이러한 현상을 목도했다. 먼저 무엇인가를 바꾸지 않는 이상 규제가 기업을 옥죈다는 논리는 공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명한 지배구조 확보 시급

친분있는 사외이사 배제하고 권한·책임 부여

경영진 의사결정에 건전한 견제와 균형 필요

구체적인 전략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경영진은 주주, 특히 기관투자가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 엘리엇,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등이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은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고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거라는 거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다시 왕성해지고 있다. 제2의 전성기라 불릴 만하다. 이들을 ‘대머리 독수리’ ‘탐욕적인 외국자본’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기관투자가(뮤추얼펀드 등등)들이 주주로서 기업경영에 개입하는 방식의 1등은 ‘경영진과 토론’이다. 2등이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거나 언론을 통해 경영진을 비판하는 방식은 그다지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즉 행동하는 기관투자가들은 막무가내가 아니다. 기업가치 증대를 목적으로 나름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이다. 소통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순간 갈등은 확산되기 마련이다.

두 번째, 경영진은 공식적이고 투명한 공간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이사회다. 기실 별문제도 아닌 것이 누가, 어디서 의사결정을 했는지 모르는 경우 루머를 양산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루머는 결국 후폭풍이 돼 기업에 몰려온다. 국내의 기업 이사회는 형식적인 측면에서(예를 들면 사외이사의 비율 등) 나아지기는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감시 기능은 미흡하다. 중요 의사결정에 대해 이사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대신 그만큼의 책임도 부과해야 한다. 구성도 중요하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1,500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최고경영자(CEO)와 개인적 친분관계(학연, 같은 사교클럽 멤버 등)가 있는 사외이사들이 많은 경우 기업가치에 부정적이고 과잉투자 등을 초래하는 경향을 보였다.

기업 지배구조를 이야기하다 보면 항상 미국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지배구조의 세세한 부분을 법이 강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강력한 규율이 작동한다. 예를 들어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을 뽑는다. 5명을 뽑는데 5등으로 뽑힌 이사는 그해에 일을 엄청 열심히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창피해하는 것이다. 이 정도는 돼야 떠나간 신뢰가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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