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를 부부로 엮는 것은 아기, 그리고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무한 이해에서 나온다’는 주장은 진실인가 아닌가. 영화 ‘매기스 플랜’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결혼, 불륜, 재결합 등 결혼에 관한 자유분방한 에피소드를 경쾌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매기(그레타 거윅)가 남편 존(에단 호크)을 그의 전처 조젯(줄리언 무어)에게 반품하는 엉뚱한 계획을 세우면서 벌어지는 재치 넘치는 스토리다. 매기는 대학 교직원으로 아기를 갖기 원하지만 결혼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다. 그러던 중 우연히 존과 여러 차례 마주치게 되면서 둘은 알쏭달쏭한 감정을 갖게 된다. 지적이지만 기가 센 아내 조젯에 눌려 살던 존은 자신의 모든 것을 이해해줄 것 같은 푸근한 매기에게 끌린다. 존에 대한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생긴 건 생긴 것이고, 매기는 이미 세웠던 계획 하나를 실행에 옮긴다. 대학 동창이자 수학 천재인 가이(트레비스 핌멜)로부터 정자를 기증받아 아기를 가지는 계획이 바로 그것. 정자를 기증하기로 한 날 매기를 찾아간 가이는 소박한 꽃다발을 내밀며 아기를 갖는데 ‘전통적인 방법’을 써보는 것 어떻냐고 제안하지만 매기는 “감정이 복잡해질 것 같다”며 살균한 시험관에 정자를 담아줄 것을 부탁하고, 가이는 상당히 ‘민망해’한다. 매기의 황당한 제안을 흔쾌히 허락한 가이의 마음은 매기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됐기 때문. 그리고 가이의 정자로 임신을 시도하지만 실패로 끝난 것 같다며 아쉬워 하던 날, 존이 매기의 집을 찾아오고 둘은 밤을 함께 보낸다. 급기야 이 불륜 커플은 아기를 낳고 결혼까지 한다. 그리고 여느 부부가 그렇듯 “아직 나를 사랑하냐?”고 묻는 상대방에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라고 반문하는 지지고 볶는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매기는 자신이 존을 돌봐주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전처와 존이 아직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워 한다. 그리고 결국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인 존과 전처가 재결합할 수 있도록 일을 꾸미는 게 최선이라는 엉뚱한 발상을 한다. 과연 매기는 조젯에게 존을 반품할 수 있을까? 추리는 어렵지 않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수학천재 가이가 등장하기 때문. 매기의 딸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이 추리 역시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는 사랑, 결혼, 아기에 대한 퍼즐과 메시지가 마지막 장면에 ‘아주’ 귀엽게 연출됐기 때문이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 멜로 영화에 출연하며 ‘세상에 없는 따뜻한’ 남자로 전 세계 여성팬들을 설레게 했던 에단 호크가 이번엔 ‘세상에서 가장 찌질한 유부남’으로 반전 매력을 선사한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엄처 탓으로 돌리며 매기와 사랑에 빠지고, 매기와 결혼을 해서는 소설을 쓴다는 이유로 육아 등 가정생활은 등한시하고, 전처와 또 바람을 피우면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전처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끼지만 이것 역시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기를 탓하는 그는 참 못났다. 이 외에도 남편을 전처에게 반품하려는 이상한 계획에 “이혼하면 될 일을 굳이 다시 돌려보내는 건 뭐니?”라며 일침을 가하는 매기의 ‘남사친’ 토니(빌 헤이더) 등 조연들의 ‘사이다 대사’들도 영화가 전하는 ‘깨알같은’ 재미다.
연출을 맡은 레베카 밀러 감독은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기도 한 뉴욕이 배경이지만 뉴욕의 화려함보다는 따뜻함을 화면에 담아냈다. 맨해튼의 유니온 스퀘어의 그린 마켓의 풍경,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스퀘어 파크 등은 촬영지는 뉴욕의 일상과 겨울 풍경을 아름답게 잡아내 뉴욕만의 감성을 배가한 것. 그런데 왜 굳이 영화를 막장드라마처럼 만들었을까. 연출의 변이 흥미롭다. “나는 ‘매기스 플랜’이 하나의 러브레터가 되기를 바란다.” 25일 개봉.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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